< 불 지피는 장세욱 부회장 >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 10일 브라질 세아라주 CSP제철소에서 고로에 처음으로 불을 지피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 불 지피는 장세욱 부회장 >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 10일 브라질 세아라주 CSP제철소에서 고로에 처음으로 불을 지피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이 창립 62년 만에 고로(용광로)를 갖게 됐다. 지금까지는 전기로(고철을 전기열로 녹이는 시설)만 운영했다.

동국제강 '3대에 걸친 숙원' 이뤘다
동국제강은 지난 10일 브라질 CSP제철소의 화입식을 열었다고 12일 발표했다.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이 30%의 지분을 투자해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 페생산업단지에 건설한 연산 300만t급 고로 제철소다. 동국제강은 기획 및 슬래브(판 모양의 철강 반제품) 구매자로 참여한다. 포스코와 브라질 철광석 회사 발레는 각각 지분 20%와 50%를 투자했다. 포스코가 기술부문 및 가동을 담당하고, 발레는 철광석 원료를 제공한다. 총 투자금은 55억달러(약 6조4000억원)이며 2012년 착공했다.

이날 용광로에 불씨를 처음 집어넣는 화입이 이뤄지면서 동국제강은 195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로를 보유한 제철소가 됐다. 고로는 석탄을 원료로 열을 가해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만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국제강은 전기로만 운영해왔다.

동국제강과 포스코는 또 한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브라질에 고로 제철소를 보유하게 됐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화입식에서 “CSP제철소는 고로 제철소를 건설하겠다는 3대에 걸친 꿈을 실현한 것이며 2005년 브라질 세아라에 제철소를 짓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일”이라고 말했다. 또 “CSP를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만들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동국제강은 장경호 창업주에 이어 장상태 명예회장을 거치며 고로 제철소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장세주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01년 “남미에 제철소를 짓겠다”고 선언했고, 2005년 브라질 세아라주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우리의 꿈을 믿고 지지해준다면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고 호소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동국제강은 CSP제철소가 생산하는 슬래브 가운데 연 160만t의 물량을 확보했다. 60만t은 한국으로 들여와 직접 사용하고, 100만t은 수출할 계획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고로가 없다는 한계 때문에 후판 등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CSP제철소가 생산하는 슬래브를 사용하면 후판분야에서만 연 100억원 이상의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