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페이스북 사업 제안, 안보·환경 등 이유로 잇단 거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도에서 앞다퉈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의 벽에 부딪혀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들 기업은 12억5천만 인구와 연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갖춘 인도를 차세대 주요 시장으로 보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안보, 환경, 자국산업 보호 등을 내세운 인도 정부의 규제를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거리 모습을 3차원 사진으로 제공하는 스트리트뷰(Street View) 서비스를 인도에서 하겠다고 인도 정부에 신청했지만 3차원 사진이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며 안보 위협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2008년 뭄바이 시내 기차역·타지마할 호텔·지하철역사·시장 등에서 동시다발 테러로 166명이 사망한 기억이 남아있고 파키스탄 국경 지역 등에서는 지금도 수시로 분리주의 무장 반군의 공격이 벌어지는 인도에서 안보 위협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고려 대상이다.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17일 인도를 방문해 인도 내 리퍼비시(중고 제품을 보수한 것) 아이폰 판매와 직영판매점 설치 등 사업 확대를 모색했다.

쿡 CEO는 가장 먼저 힌두 사원을 방문하고 볼리우드 배우들과 만찬을 하며 크리켓 경기장을 찾는 등 방문기간 내내 인도 국민에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중고아이폰 판매는 이른바 '전자 쓰레기'가 증가해 환경문제가 우려된다며 거부했고, 직영판매점은 부품의 30%를 인도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조항을 내세움으로써 사실상 거부했다.

인도 정부가 애플에 국산 부품 30% 조달 규정을 2~3년 유예해줄 것을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재무부의 태도는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이같은 인도 정부의 태도는 애플이 자국을 단순 판매 시장으로 삼기보다 제조공장을 설립해 생산기지로 삼을 것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프리베이식'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인도에서 하려고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 2월 인도통신규제국(TRAI)은 이 서비스를 금지했다.

프리베이식이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아니라 페이스북이 선별한 일부 앱만 사용하도록 해 '망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도서관도 모든 책을 다 보유하지 않고 건강보험도 모든 치료를 다 제공하지는 않는다"면서 "인터넷을 전혀 못쓰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쓸 수 있는게 낫다"고 프리베이식을 옹호했지만 인도 정부는 "페이스북에 의해 걸러진 정보만으로 사용자의 지식과 관점이 형성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인도 정부의 태도 바탕에는 인도 인터넷·I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스마트폰 이용자는 1억8천만명을 넘어 이용자 수에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간 인터넷 분야 성장률은 40%로 세계 평균 성장률 9%를 압도한다.

그런데도 아직 인터넷 보급률은 20%밖에 되지 않아 성장 잠재력이 무척 크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처음 인도를 방문했을 때 총리가 직접 서부 뭄바이로 날아가던 때와는 인도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썼다.

과거에는 인도 정부가 앞뒤 가릴 것 없이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바랐다면 지금은 오히려 인도 정부보다 외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더 빨리 자리하기 위해 목을 매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일간 인디아투데이는 정부가 외국기업의 요청대로 모든 규제를 풀어서는 안 되지만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해서도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 신문은 인도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외국 IT 기업들이 인도에서 더 사업하기 편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경영연구원 뉴델리사무소 김용식 소장은 "현재 시장규모나 성장세로 봤을 때 외국 IT기업들의 인도 투자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만약 인도 정부가 애플 직영매장 설치에 30% 국내 부품 조달 조건을 면제해 준다면 애플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투자를 급격히 증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간에 이같은 조치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