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평균 가입액 증권 261만원 vs 은행 69만원

금융권이 지난 3개월간 벌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유치전에서 증권업계가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투자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알짜 고객'을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14일부터 6월3일까지 12주 동안 ISA에 가입한 사람은 모두 216만7천77명이다.

가입자 수로는 은행이 89.6%(194만1천375명)로 압도적으로 많다.

증권사를 통한 ISA 가입자는 10.4%(22만4천688명)에 그쳤다.

은행권이 우세한 영업망을 활용해 ISA 고객 유치전에서 증권업계를 제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입액 기준으로 따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은행이 69.6%(1조3천480억원), 증권사가 30.3%(5천873억원)를 차지한다.

이를 1인당 가입액으로 보면 은행은 69만원에 그친 반면에 증권사는 261만원이다.

은행과 증권사의 전국 지점 수가 각각 7천300여개, 1천200여개로 은행권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수탁고의 30%가량을 가져온 것을 두고 증권업계는 의미 있는 초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본부장은 "ISA가 다양한 금융 상품에 분산 투자하라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가입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 되어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며 "증권업계의 1인당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증권업계가 은행권보다 실질적인 수익 창출에 보탬을 줄 수 있는 알짜 고객을 다수 선점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은행권의 ISA 가입자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깡통 계좌'가 양산된다는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14일 출시일부터 4월15일까지 한 달간 은행에서 가입된 ISA 계좌 가운데 74.3%가 가입액 1만원 이하였다.

그러나 증권사의 상대적 선전에 대해서도 ISA 가입자 유치를 위해 한시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을 내놓아 나타난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가입자 유치 차원에서 마진이 전혀 없거나 심지어 역마진이 나는 특판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4월30일 기준으로 ISA 가입 자산 상위 1∼3위는 예금(5천260억원), ELB(2천541억원), RP(2천355억원)가 차지했다.

한편 이달 말부터 일임형 ISA 수익률이 차례로 공개됨에 따라 금융사 간, 업권 간 자금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오는 30일 출시 3개월이 된 증권사들의 일임형 ISA 상품 수익률이 먼저 공개된다.

은행의 출시는 한 달 정도 늦었기 때문에 수익률 공개도 증권사보다 한 달가량 늦게 이뤄진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수익률 공시 시작 이튿날인 7월1일부터 금융사 간 ISA 자금 이동을 허용할 방침이다.

기존 ISA 가입 상품을 모두 해지해 우선 현금화하고 나서 다른 금융사의 ISA 계좌를 터 돈을 옮기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주 계좌 이동을 위한 시스템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수익률 공시와 더불어 본격적인 경쟁 환경이 구축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