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가입자 수 200만 명 돌파…가입액 2조원대 육박
일부 '깡통계좌' 논란 속 '실속경쟁'도 본격화 예상


국민의 재산 증식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으면서 등장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출시 3개월을 맞는다.

ISA는 한 계좌에 예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굴리면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만능통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ISA는 출시 12주 차인 지난 7일 기준 누적 가입액이 1조9천369억원으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런 실적을 근거로 어느 정도 종합 재테크 통장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적 가입자 수는 216만7천여 명이다.

출시 보름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초기엔 사전 예약 효과로 가입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후 200만명을 넘기는 데 10주가 걸리는 등 시간이 갈수록 증가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ISA 가입액은 출시 5주 만에 1조원을 돌파했고 8주 차에는 1조4천억원, 11주 차에는 1조8천억원을 넘겼다.

ISA 출시 초반에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일단 고객을 유치해 계좌를 확보하려는 외형 경쟁에만 몰두한 결과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사 창구에서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기보다는 고가의 해외여행권 등 경품을 제공하거나 고이자 환매조건부채권(RP) 같은 미끼상품 홍보로 고객을 유인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특히 증권사보다 지점망이 발달한 은행권에서 계좌부터 개설하고 보는 마케팅 전략을 펼쳐 가입액이 1만원 이하인 이른바 '깡통계좌'가 양산되기도 했다.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을 결정하는 '신탁형'에 ISA 계좌가 편중돼 금융사가 투자 내용을 정해놓은 모델포트폴리오(MP)를 고객에게 제시하고 자산운용을 위임받는 '일임형'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기준으로 신탁형의 누적 가입액은 1조7천600억원으로 일임형(1천760억원)의 10배 수준이었다.

가입자도 신탁형은 199만명인데 일임형은 17만명에 불과했다.

ISA 투자 자산이 지나치게 안전자산 위주로 구성된 것은 신탁형 위주로 판매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전체 ISA 가입액의 70% 이상이 예·적금과 주가연계형 파생결합사채(ELB)·기타 파생결합사채(DLB), 환매조건부채권(RP) 같은 안전자산에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출시 초기여서 신탁형에 몰린 가입자들이 안전자산에 돈을 넣고 일단 시장의 추이를 보는 경향이 강했고, 고이자 예·적금과 RP 등이 대거 특판상품으로 팔린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조남희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ISA가 금융사들의 강한 마케팅을 동력으로 판매되다 보니 실속 없는 통장이 양산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재산 증식용으로 도입된 통장이어서 고위험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애초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1인당 평균 가입액이 차츰 커지면서 투자용 계좌로서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1인당 평균 가입액은 출시 사흘 차에 42만원에 불과했으나 8주 차 76만원에 이어 12주 차에는 89만원으로 불어났다.

ISA 수익률 공시가 본격화되는 내달 말부터는 금융사 간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실속 경쟁도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ISA의 복잡한 수수료 체계와 수익률을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사이트에 ISA 정보를 제공하는 'ISA 다모아' 메뉴(isa.kofia.or.kr)를 신설했다.

이달 말에는 증권사가, 내달 말에는 은행이 일임형 상품의 MP별 수수료와 수익률 관련 정보를 공시하게 된다.

내달 1일부터는 금융사 간 ISA 자금 이동도 허용돼 금융사들의 유치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차대운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