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이어 3번째 '고로 기업' 도약…연산 300만t

동국제강이 창립 62년만에 포스코·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세번째 고로(Blast furnace, 용광로) 제철소 기업으로 도약했다.

동국제강은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동북부 쎄아라주 뻬셍 산업단지의 CSP제철소에서 화입(火入)식을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화입은 쇳물 원료인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 있는 고로 하단부에 처음 불씨를 넣는 것을 말한다.

화입이 이뤄지면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가 박동을 시작한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브라질에서 고로 제철소를 가동하게 됐다.

또 국내 세번째로 고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동국제강은 1965년 삼화제철소의 소형 용광로를 인수해 활용한 적이 있고 현재 인천과 포항에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공장은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식 대형 고로는 갖고 있지 않다.

동국제강은 장경호 창업주에 이어 장상태 명예회장 등을 거치며 고로 제철소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고로는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대형 노(爐)를 말한다.

CSP제철소의 내용적(內容積) 규모는 3천800㎥에 달한다.

연간 300만t의 슬래브(철강 반제품)를 생산할 수 있다.

제철소는 고로를 비롯해 원료 야적장, 소결, 제선, 제강, 연주 공장 등을 갖췄다.

쎄아라 주정부와 브라질 연방정부는 제품 출하를 지원하기 위해 7억달러 규모의 항만, 발전소, 변전소, 도로, 용수 등 인프라에 투자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05년 첫 투자를 시작한 이래 10년 넘게 CSP제철소 건설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2012년 7월 제철소 공사가 착공돼 총 55억달러가 투입됐다.

일일 최대 1만여명의 건설인원이 동원됐다.

애초 지난해 12월 화입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인프라 공사가 지연되면서 본격 가동시기가 7개월가량 늦어졌다.

동국제강이 CSP제철소 지분 30%를 갖고 기획자와 슬래브 구매자로 참여했다.

철광석 원료를 공급하는 브라질의 발레가 지분 50%를 가져갔고 포스코가 지분 20%를 보유하면서 기술 부문과 가동을 책임졌다.

화입식에 참석한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CSP를 통해 고로제철소를 만들겠다는 3대에 걸친 동국제강의 꿈이 실현됐다"며 "CSP를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만들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정신을 브라질에서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인화 포스코 부사장과 세르지오 레이테 CSP 최고경영자(CEO) 등도 참석했다.

동국제강은 CSP에서 생산하는 슬래브 중 160만t의 물량을 확보했다.

60만t은 한국으로 들여와 직접 사용하며 나머지 100만t은 수출해 글로벌 철강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고로 제철소가 없다는 한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동국제강은 CSP를 통해 후판 사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후판은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에 쓰이는 철강 제품이다.

동국제강은 "CSP 슬래브를 사용할 경우 후판 사업부문에서만 100억원 상당의 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슬래브 시장만 놓고 봤을 때 최근 노후 설비를 폐쇄한 글로벌 업체가 많아 공급 과잉이 완화되는 분위기"라며 "동국제강의 수출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200만t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아울러 CSP를 활용해 후판 사업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원유 수송용, 플랜트용 등으로 사용되는 후판고급강의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내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0억원 상당의 수익과 1천억원 상당의 매출을 더 늘릴 것으로 동국제강은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동국제강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566억원(연결기준)을 올려 4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경영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