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수확량 보다 30% 줄어, "인건비도 못 건질 판" 한숨

"보리 목이 올라오는 4월은 비가 자주 오더니 5월에는 여름만큼 더워 보리농사를 망쳤어. 벼농사에 쓸 돈이나 마련하려 심었는데 재료비와 기름값 빼면 본전이나 나올지 모르겠어."

지난 10일 오후 전북 군산시 대야면 들녘. 보리를 벤 논에 늦은 모내기를 하던 김성훈(65)씨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지난해 봄 가뭄으로 농사를 망친 그는 올해도 이삭이 팬 4월부터 비가 자주 내려 보리 알곡이 차지 않고 설익는 '겉마름' 현상으로 흉년이 됐다고 한숨지었다.

인접한 익산시 오산면 4천800㎡(4필지)에서 겉보리 농사를 짓는 최정민(57)씨도 "보리와 밀 작황이 나빠 재료비와 기곗값 등을 빼면 인건비도 안 나오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평년에는 필지당 40포대(1포대 40㎏)의 보리를 거둬 100만원 정도 순수익을 올렸는데 올해는 60만원에도 못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자신은 나은 편으로 필지당 20포대도 안 나오는 논이 수두룩하다고 그는 전했다.

전북도내 대표 보리주산지인 군산과 익산 농민들이 늦봄 잦은 비와 고온 탓에 보리 수확량이 평년보다 평균 30%가량 줄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보리 목이 나오는 4월 '출수기'와 알곡이 여무는 5월 '등숙기'에 잦은 비와 고온으로 겉마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출수기 이후 잦은 강우로 습해를 입은 데다 뿌리활력의 저하로 영양분 확보가 잘 안 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군산시와 익산시는 올해 보리 수확량이 평년보다 평균 30% 정도 줄 것으로 추정했다.

밀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민들은 "원가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며 맥류 이모작을 하지 않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군산의 4월 강수량은 평년(76㎜)보다 무려 91㎜, 5월 강수량은 18㎜가 많았다.

5월 평균기온도 평년보다 1도(19.2도)가 높았다.

고석중 군산 옥구농협조합장은 "보리는 건포라 비가 안 와야 수확량과 미질이 좋은데 4∼5월에 비가 내리면서 제대로 안 익고 높은 기온에 줄기가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종자, 농자재, 비료, 기름 등 필수비용을 빼면 1필지에 1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기대했는데 올해는 그 절반도 안 될 것 같다"면서 "남의 손이나 기계를 빌린 사람들은 본전도 못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성진경 지도관은 "4월에 비가 1주 간격으로 20∼30㎜가 내려 맥류의 뿌리 활동력이 떨어지면서 영양흡수가 저하됐다"며 "5월부터는 강한 햇빛과 높은 일사량으로 수분 증발이 많아져 알곡이 차지 않은 겉마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맥류는 4월 15일부터 6월 초까지 비가 안 와야 알곡이 잘 여물고 미질이 좋은 데 그렇지 못했다"며 특히 물 빠짐이 나쁜 논은 보리 수확량이 크게 준 것으로 추정했다.

전북은 작년에 1만800ha(전국의 41%)에서 전국의 43.6%인 5만5천여t의 보리를 생산했다.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k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