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도 수입규제 대응력 키워야
1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수출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5월 수출은 2015년 11월 이후 최소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수출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수출을 증대시키는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현안이 있다. 우리 수출상품이 반덤핑관세, 긴급수입제한 등 타국에서 수입규제를 당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게 그것이다. 진입규제를 당한 뒤에 규제를 풀려고 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그만큼 피해도 막대해진다.

먼저 수입규제의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무역 관련 생산자 단체가 나서야 한다. 해당국가의 수입규제 움직임이 있으면 민간부문에서 재빨리 협상에 나서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한국 철강제품에 덤핑규제 움직임을 보이면 한국 철강업계의 관련 단체들이 중국 업계와 사전 접촉을 해 수출가격 인상 등 대안을 제시하고 수입규제를 막아야 한다. 이를 통해 양국 업계가 윈윈하고 국가 간 무역전쟁도 피해야 한다.

수입규제를 당하는 제품의 다수가 중소기업 수출품인데, 중소기업은 수입규제라는 상황을 더욱 감당하기 어렵다. 수입규제가 이뤄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변호사 선임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데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정부가 이런 제반비용을 지원하면 좋겠지만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취지와 규정에 어긋나 더 큰 분쟁을 낳을 소지가 있다. 결국 업계 및 관련 단체, 협회 등이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도 있다. 몇몇 국가는 우리 수출품을 10년 이상 규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불공정한 무역에 대해 무역구제제도를 운영한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이때는 정부가 상대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수출품의 장기간 수입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업 차원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에 발맞춰 무역분야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무역, 통상업무가 많은 기업에서조차 통상전문가를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한 경우는 드물다.

알리바바, 화웨이 등 중국의 신생기업이 무역 관련 해외 전문가나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해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은 여전히 국제화에 부족한 것이 많다.

지난 5월19일 한국무역위원회가 개최한 ‘2016년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이 반덤핑 및 관세 남발 억제 등 공정한 무역을 통한 세계교역 증대를 목적으로 열렸다. 세계 17개 국가의 반덤핑관세 부과 기관 수장과 WTO 대표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 모인 해외무역전문가들도 한국 기업의 문제점으로 이런 점을 꼽았다.

국내에도 많은 통상 전문가가 있다. 또한 세계에는 국제기구 및 산업별, 지역별 통상전문가가 많다. 우리 기업도 해외의 글로벌 기업처럼 이런 인적 자원들을 적극 영입할 필요가 있다. 통상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해당분야 전문가 영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이번 포럼에 참가한 각국 대표는 세계경제 침체로 교역량이 줄어들고 철강, 화학제품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만큼 세계무역시장이 어려운 것이고, 한국의 수출회복을 위한 길도 험난하다. 우리 상품이 세계 시장을 석권해 세계인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관련단체와 협회, 정부 모두가 하나가 돼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각자의 시각과 이익에 집착해 제 살 깎기 경쟁을 하는 일은 내려두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때 우리 수출을 회복할 수 있다.

홍순직 < 무역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