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압수수색] 롯데, MB정부 때 자산 2배로 증가…계열사 46곳서 79곳으로 늘어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이 롯데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급성장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여부와 용처를 파악한 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前) 정권 관계자들에게 사정의 칼날을 세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집권 전 40조2080억원(2007년 4월 기준)이던 롯데그룹의 자산 총액은 이명박 정부 5년간 107.1% 증가해 2012년 4월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46곳이던 계열사도 79곳으로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자산이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은 맞지만 대부분 대기업이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같은 기간 10대그룹 평균 자산총액 증가율(106.9%)과 큰 차이도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재계 순위도 5위로 변화가 없었다.

이 전 대통령과 롯데그룹의 인연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에서 일한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만큼 계열사 사장인 이 전 대통령과도 깊은 유대가 있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은 평소 롯데호텔 헬스클럽과 이발소 등을 이용했고, 2007년 12월 당선된 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1층을 집무실로 썼다. 정부 조직개편안과 주요 인선 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지면서 롯데호텔 31층은 ‘작은 청와대’로 불렸다.

롯데는 이 전 대통령 취임일인 2008년 2월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언론을 대상으로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를 게재했다. 롯데그룹이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광고를 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당시 호텔롯데를 이끌던 장경작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웨스틴조선호텔 사장으로 재직하다 2005년 호텔롯데에 합류했다. 장 사장은 이 전 대통령 취임 후 면세점과 호텔, 롯데월드 등을 모두 이끄는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같은 인연 때문에 롯데는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에 다양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롯데그룹의 숙원 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건설 허가에 반대하던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조정한 것을 비롯해 부산 롯데호텔 부지 용도 변경, 맥주 제조 면허 획득 등이 주요 의혹으로 꼽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