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충격 최소화할 것…연착륙 방안 준비"
보험사들 한숨 돌릴 듯…IFRS4 도입 필요성은 강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논란을 빚고 있는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해 "국제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면 제도 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회계기준 변경만으로도 부채가 급증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확충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던 보험사들로선 한숨 돌리게 됐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 영향 간담회'에서 "IFRS4 2단계 도입 시기·방법과 관련한 불필요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위원장은 "재무회계 기준 변경이 보험사에 미칠 단기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세부 방안들을 검토·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FRS4 2단계의 핵심은 부채 규모를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 부채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특히 최근 수년간 시장금리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한 연 6~7%대 금리 보증 상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2020년에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50조원 안팎에 달하는 충당금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IFRS4 도입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이달 2일에는 보험사 리스크와 계리 담당 임직원을 소집해 IFRS4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하라고 했다.

금감원은 새 회계기준 도입을 서두르는데 금융위는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날 임 위원장은 계속해서 '금융위와 금감원은'이라는 주어를 사용해 두 기관이 뜻을 모았음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보험업 새 회계기준의 순기능을 역설했다.

그는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는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나타내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또 "상품 만기가 장기인 보험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보험사 경영진이 회사가치 극대화보다는 단기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현시점에서 일시적인 재무 영향 등을 이유로 IFRS4 2단계 도입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이 제도가 한국 보험산업에 미칠 긍정적 측면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반투자자·소비자들은 보험사의 실제 보험금 지급 역량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FRS4 2단계 도입과 별도로 보험사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한 걸음씩 추진해 나가되 급격한 충격이 없도록 차분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이 더 정확히 산정될 수 있도록 지급여력비율(RBC) 제도를 개선하고, 부채 적성성평가제도를 정교화해 새 회계기준이 도입됐을 때 충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제도 개선 과정에서 단기적 충격으로 보험사들의 회사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시장 참여자 간 협력을 통한 제도 연착륙에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금융당국이 새 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한 세부 기준을 마련할 때 자본확충 부담을 경감해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회사가 자본확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 기간을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보험업 규제 완화로 높아졌던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사그라들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 제시를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