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휘' 노병용 대표 구속 대비 긴급회의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연말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건설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123층 롯데월드타워 사업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1년 6개월여 공사를 진두지휘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수사로 구속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몰렸기때문이다.

노 대표는 과거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일할 당시, 가습기 살균제 기획·판매에 대한 실무 책임이 거론되고 있다

◇ '말 많던' 롯데타워의 구원투수
노병용 대표는 1979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지난해 1월 롯데물산 대표로 부임하기까지 35년 동안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로 키운 롯데와 국내 유통업계의 '산 증인'이다.

2014년 12월 롯데월드몰 수족관(아쿠아리움)과 영화관(시네마)이 누수와 진동 등 크고 작은 사고와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으로 개장 2개월만에 문을 닫고 근로자 안전사고로 콘서트홀 공사까지 중단되자 롯데그룹은 '구원투수'로서 노 대표에게 물산을 맡겼다.

발령 이후 노 대표는 그룹 차원의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공사 현장 구석구석을 직접 꼼꼼히 챙기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수족관과 영화관이 재개장됐고, 콘서트홀 공사도 다시 시작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롯데월드몰 개점 1주년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곧이어 12월 롯데월드타워 마지막 대들보를 123층 꼭대기에 올리는 '상량식'도 순조롭게 끝났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노 대표가 취임 후 투명한 소통과 철저한 안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점검하면서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줄고 외부에서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뀐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전무 대행 땐 의사결정 지연 우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의 완공 목표 시점(올해 말)을 6개월여 앞둔 지금, 특유의 추진력으로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을 총괄해온 노 대표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노 대표는 지난 2004~2007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일했는데, 당시 출시된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 가운데 수십명이 폐 손상으로 사망하거나 질병을 얻었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조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은 성분 안전성 검증에 소홀한 책임(업무상 과실치사)을 물어 노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이르면 10일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일 검찰에 출두한 노 대표는 "롯데 제품으로 피해를 본 피해 가족과 유가족 여러분들에게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영장 기각으로 구속은 면하더라도 검찰 소환이 잦아질 경우 노 대표 체제의 정상적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롯데물산은 벌써부터 갑작스런 ' 대표 유고(有故)' 사태에 대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9일 오전 9시 30분 롯데월드타워 14층 롯데물산 대회의실에서는 롯데물산의 모든 임원과 팀장이 모이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실제로 노 대표 공석에 따른 롯데월드타워 공사 차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최상층 랜턴(첨탑부) 공사를 마친 롯데월드타워에서는 현재 커튼월(유리창) 등 난이도 높은 외관 마무리 공사, 오피스텔·레지던스·호텔 등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물산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12월 말 완공 전까지 마쳐야하는 각종 인허가와 사용 승인 등 행정 절차이다.

노 대표의 공백으로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 당연히 완공 시점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타워 완공 시점에 맞춰 진행되는 석촌호수 음악분수 조성 공사, 잠실역 지하 버스 환승센터를 포함한 송파구 일대 교통 개선 사업 등도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

일단 노 대표의 구속이 결정되면, 롯데물산은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전무)이 대표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 경우 매월 세 번째 주에 열리는 롯데월드타워 관련사(롯데물산·건설) 합동 임원회의 참석자 가운데 시행사(물산)의 대표 대행(박현철 전무)보다 시공사(건설)의 석희철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의 직급이 더 높아지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롯데건설이나 롯데월드몰 운영사(롯데자산개발)에 대한 롯데물산의 '지휘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대행 체제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직급 등의 문제 때문에 노 대표가 자리를 지킬 때만큼 계열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원활하거나 빠르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