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입속의 작은 사치'로 불리는 디저트 시장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3천억원에서 2014년 약 8천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90% 성장한 1조5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유진투자증권은 국내에서 다양한 디저트 프랜차이즈들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고, 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들도 국내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로드샵 형태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올해 디저트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업계는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로 전반적인 소비는 위축된 반면 가치소비 경향이 확산하면서 디저트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상적인 소비는 줄이되 삶의 질을 높이는 상품과 경험을 구매하는 데는 선뜻 지갑을 여는 젊은 여성을 뜻하는 포미(For Me)족과 외모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에 적극적인 중년 남성을 뜻하는 로엘(LOEL)족들이 고급스러운 취향의 디저트 구매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진을 활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예쁘고 특별한 것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싶은 젊은 세대의 욕구와 맞물려 디저트 시장 활황에 촉진제가 됐고,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원두커피의 소비가 일반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식품·유통업체들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72년 케이크 전문회사 '샤니'를 통해 한국 디저트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컵케이크, 마들렌, 슈크림케이크 등 고급 양과자 30여 종을 선보인 SPC그룹은 2007년 서울 한남동에 디저트 갤러리 '패션5'를 개점하며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부터는 길게 구운 페스트리 빵 안에 슈크림을 채우고 표면에 초콜릿을 입힌 에끌레어를 중심으로 냉장 디저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한불 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디저트로 제공됐던 파리바게뜨의 대표적 한류빵 '코팡'(KOPAN)은 국내 출시 9개월여만인 지난달 26일 1천만개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의 빵'(Korean Pan)이란 의미를 지닌 코팡은 프랑스 빵 브리오슈에 한국식 앙금과 크림을 넣은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디저트 전문 브랜드 '쁘띠첼'(Petitzel)을 내세워 올해 연매출 1천500억원, 2020년까지 3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디저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특히 냉장 디저트 에끌레어의 출시 첫해 매출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았고, 올해 냉장 베이커리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백화점들도 고급 디저트 카페를 앞다퉈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의 '페이야드', 롯데백화점 '위고에빅토르', 현대백화점 '매그놀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식 디저트의 해외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인절미 빙수로 유명한 디저트 전문점 '설빙'은 중국, 태국에 이어 이달 하순 일본 도쿄에 일본 1호점을 오픈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디저트를 챙겨먹는 습관은 젊은 세대에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서 시장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