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찜'한 미래, 세계의 미래가 될까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이 주목하는 미래 사업은 뭘까. 인터넷 검색엔진을 넘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분야까지 진출한 구글이 제약·교육·식품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본사에서 연례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의 하이라이트는 에릭 슈밋 회장이 내놓은 ‘구글이 가장 주목하는 관심사업 일곱 가지’였다. 슈밋 회장은 관심 사업으로 △헬스케어 △식물성 고기 △건물을 짓는 3차원(3D)프린터 △VR △자율주행차 △먼저 말을 거는 AI △머신러닝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꼽았다.

◆‘웰빙’ 가져다줄 헬스케어

슈밋 회장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한 분야는 제약과 헬스케어였다. 그는 “알파벳이 적어도 3개의 의료 분야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며 “알파벳의 전산·데이터분석·AI 전문가들이 진료 기술을 향상시키고 질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벳의 생명과학 부문인 베릴리는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와 함께 비만 환자들의 혈당 수준을 측정하는 콘택트렌즈를 개발 중이다.

그는 식물과 세포 유기체로 ‘가짜’ 고기를 만드는 사업에 주목했다. 지금의 가축 사육만으로는 향후 육류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식물성 고기는 가축을 직접 기를 때보다 생산비용이 절반에 불과하고, 가축 사육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슈밋 회장은 알파벳이 이 분야에 직접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몇 곳 있다고 언급했다. 2011년 설립된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성 원료만으로 고기 맛이 나는 패티와 ‘가짜’ 치즈를 개발해 식물성 치즈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이 회사를 2억~3억달러(약 2300억~3500억원)에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건설 현장에 활용하는 3D프린터

빌딩을 짓는 3D프린터도 구글이 주목하는 사업이다. 슈밋 회장은 “3D프린터를 이용하면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을 빠르고 값싸게 지을 수 있고 재생 물질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건설비용을 절반 내지 5분의 1까지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게임 관련 VR사업에서 막대한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며 “VR 관련 기기 세트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증강현실(AR) 기기도 사용자의 놓인 주변 환경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갖출 전망이다.

슈밋 회장은 “이미 자율주행차 기술은 공용도로에 맞춰 준비된 상태지만 규제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해 교통사고로 죽는 수천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말거는 AI 비서

구글은 AI에도 힘을 싣고 있다. 슈밋 회장은 “AI는 가장 심오한 기술”이라며 “사용자들이 묻는 내용에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 스스로 제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음성인식 AI 비서인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어시스턴트는 구글의 스마트 메시지 서비스인 알로(프랑스어로 ‘안녕’)에 포함될 예정이다. 스마트홈 서비스인 ‘구글 홈’에도 적용돼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명령에 따라 가정 내 사물인터넷 기기를 제어하게 된다.

AI를 활용한 교육도 구글의 관심사업으로 꼽혔다. 슈밋 회장은 “여러 스타트업이 맞춤형 교육을 돕는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인간과 컴퓨터의 협력으로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