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키우 듯 정성 기울여야… 혼자 밥 먹는 직원은 ‘실격’}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내가 아는 중견기업의 한 오너는 주요 임원을 뽑을 때 부인을 면접에 자주 투입한다. 그는 보통 후보자와 식사를 하면서 최종 면접을 진행하는데, 그 자리에 종종 부인이 동석하곤 한다. 오너와 함께 나타난 부인을 보고 일부 후보자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불쾌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후보자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부인 면접’을 고수하고 있다.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썰미가 좋은 부인을 통해 남성인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30대에 맺은 ‘인연’으로 평생을 산다
‘분명히 이런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해 뽑은 임원이 입사 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때의 당혹감과 낭패감을 줄이고 싶은 것이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우주인데, 짧은 시간의 면접으로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임직원을 채용할 때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그렇게 해도 면접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면접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한 인간을 독립적 존재로 놓고 그 사람 자체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관계하는 존재다. 사회를 만들기도 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인간은 사회를 통해 완성된다. 어느 조직에 속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성적이나 영어 시험 점수처럼 타고난 능력이나 개인적으로 거둔 것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채용 실수를 줄이려면 사람 자체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를 함께 봐야 한다. 업무 경험이나 성과 역시 누구와 어떤 관계에서 얻은 것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인생에 ‘독학’은 없어

불교에서 인연(因緣)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인(因)은 안에서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 원인이고 연(緣)은 밖에서 그 인을 도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간접 요인이다. 인연은 ‘인연과(因緣果)’의 준말이다. 인이 연을 만나면 과(果)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즉 인 없이 연만으로 과가 있을 수 없고 인이 있어도 연을 만나지 못하면 과로 이어질 수 없다. 반대로 인과 연이 만나면 반드시 과가 생겨나고 과가 있다는 것은 인과 연이 만났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지을 때 씨앗이 인이라면 비료나 농약, 재배 기술, 노동력은 연이다. 배추를 기를 때 ‘배추씨’는 인이다. 배추가 싹이 나서 자라려면 물과 공기와 햇볕 같은 연이 필요하다.

씨가 아무리 좋아도 거름이 부족하고 병충해를 방제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인이 좋아도 연을 제대로 못 만나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인만큼이나 연도 좋아야 성과가 나타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크게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족이나 친인척, 친구나 선후배, 동료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그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유지 발전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사람 자체만 보고 판단한다면 ‘인’만 보는 것과 같아 정확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경험 많은 채용 전문가나 경영자들은 임직원을 뽑을 때 그가 맺어 온 인연을 살피려고 노력한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고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나는 신입 사원들을 만날 때마다 그가 기존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지 살펴본다.

또 부서 책임자들에게 신입 사원이 부서원들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도록 도우라고 주문한다. 독학하려고 하고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미련한’ 행동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독학은 학교에서나 하는 것이지 직장에서는 결코 환영받는 방식이 아니다. 자기 능력을 과신하고 과시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을지 몰라도 업무 효율을 심하게 떨어뜨린다. 회사에 경험과 지식이 많은 선후배들이 수두룩한데, 독서실에서 고시 공부하듯 혼자 연구하는 것은 ‘무능한’ 직원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독학하는 직원은 회사에 적합하지 않다. 또 그런 직원을 방치하는 상사라면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혼자 밥 먹는 직원은 뽑지 말라”는 다소 과격한 말을 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가급적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주요 자리에 배치해 중요한 역할을 맡기려고 노력한다. 이런 사람들이 타인의 지식과 의견을 잘 받아들여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개방성과 수용성은 사람의 성장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이런 직원들이 포진해 있는 조직의 업무 성과가 빼어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젊은 시절부터 인연을 소중히 하는 법을 배우라고 권한다. 사람은 인연의 힘으로 살아간다. 따라서 인연을 중시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30대는 인연이 확대되고 깊어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직장 생활이 본격화하면서 회사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이 시기 만남의 폭은 20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물론 40~50대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40~50대 중·장년의 만남은 30대와 달리 매우 실용적이다. 목적이 분명하다. 가진 게 없으면 좋은 사람들과 쉽게 관계를 맺기 어렵다. 상당히 베풀어야만 그 관계가 지속될 정도로 일방적이어서 유지비용이 비싸다.

이에 비해 30대 관계는 마음이 통하기만 하면 쉽게 맺어질 뿐만 아니라 금방 깊어진다. 순수한 만큼 한 번 맺어지면 관계가 상당히 강해져 오래 지속된다. 유학 생활에 맺었던 인연, 첫 직장의 입사 동기나 선후배 관계가 오래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30대의 인연으로 평생을 산다.

◆마음 통하면 쉽게 깊어지는 시기

이렇게 인연이 중요하고 소중히 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 젊은이들은 인연을 잘 다루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연을 우연히 맺어지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제 구호 활동가 한비야 씨는 인연을 전혀 다르게 정의한다. 인연이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초가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라는 것이다. 한비야 씨의 인연에 관한 정의는 들을 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다. 인연은 우연과 다르다. 우연은 자신도 모르게 어쩌다 발생한 것이지만 인연은 그 우연을 정성들여 키워 낸 것이다. 우연이 씨라면 인연은 그 씨가 싹이 터 자란 나무다.

물과 거름을 줘 키워 내 한여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느티나무요, 가을에 붉은 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감나무다. 따라서 젊은 시절 직장 생활과 사회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과 관계를 가꿔 나가야 한다.

인연을 잘 다루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조급증이다. 내가 관심을 쏟은 만큼 상대방도 그렇게 해 주길 기대하는 조급한 보상 심리가 인연을 이어 가지 못하게 한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이른바 단기적으로 ‘돈 되는’ 관계만 맺고 유지하려고 한다.

당장의 큰 이익이 없더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하는데 작은 이익에 집착해 소탐대실할 때가 적지 않다. 나무가 커서 그늘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바람과 눈비를 맞아야 한다.

2013년 개봉된 탕웨이 주연 영화 ‘시절인연’은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불교에서 시절인연은 사람도 일도 물건도 깨달음도 만날 수 있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인연이 닿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만나기 싫어도 시절인연이 통하면 만나게 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때가 되면 만나는 게 인연이고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부닥칠 때가 되면 마주치는 게 인연이다.

이렇게 모든 만남은 인연의 때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연을 가꾸기 위해 쏟아부은 정성이 금방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답답해하거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심은 나무 그늘 아래 쉴 수 있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인연을 발전시키기 위해 쏟은 노력과 정성이 결실을 보는 데도 인내가 필요하다.

원숭이는 아무리 가르쳐도 밥을 잘 짓지 못한다. 조급증이 심해 수시로 솥뚜껑을 열어대는 바람에 밥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급증이 심한 사람은 인연이라는 열매를 따기가 쉽지 않다.

◆인연은 결코 서두르면 안 돼

‘삼국지’에서 조조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수많은 인재를 거느렸다. 그들은 조조가 우연을 정성들여 인연으로 키워낸 결과였다. 그렇게 조조와 인연을 맺은 순욱이나 정욱 같은 유능한 전략가들은 조조의 뒤를 받쳤다.

조조와 인연을 키워 온 수많은 책사들은 위기 때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그를 구해냈다. 남쪽에 유표와 원술이, 동쪽에 여포가, 서남쪽에 장수가, 관중에 마등과 한수가 호시탐탐 조조의 땅을 넘봤음에도 조조가 천하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가 일궈낸 인연 덕분이었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그에게로 가는 문을 열고 그와 이야기를 시작하고 특별한 어떤 것들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인연을 맺고 키우는 것은 그만큼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우리가 조조처럼 천하를 통일하는 큰 꿈을 꾸지 않더라도 작은 것을 이루고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면 인연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30대 젊은 시절에 특히 그래야 한다.

[일러스트 김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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