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8일 SK바이오팜에서 신약물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8일 SK바이오팜에서 신약물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에 동행한 뒤 한동안 그룹 현안 파악에 몰두했지만 최근 현장경영을 재개했다.

SK바이오팜(바이오), SK머티리얼즈(반도체용 특수소재) 등 SK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계열사를 잇따라 찾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

최 회장은 8일 경기 판교에 있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임직원 130여명 전원과 오찬을 함께하며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격려했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YKP3089)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약효를 인정받아 뇌전증 신약 중 세계 최초로 임상 3상 약효시험을 면제받았다.

이에 따라 YKP3089는 약효시험 없이 안전성시험만 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8년 이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면 미국시장에서만 매출 1조원, 영업이익률 50% 이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1993년 신약 개발이라는 영역에 도전장을 던진 뒤 신약 출시를 눈앞에 두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이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을 통해 성장해왔다”며 “신약 개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한 투자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점심식사 후 SK바이오팜 임직원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월 SK 계열사로 편입된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 계열사 SK머티리얼즈(옛 OCI머티리얼즈)도 지난달 25일 찾았다. 삼불화질소(NF3) 등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는 SK에 인수된 뒤 실적이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1분기 영업이익은 344억원으로, 전년 동기(217억원)보다 58.5% 증가했다. 반도체 및 증권업계에선 SK머티리얼즈의 올해 매출이 작년(3380억원)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 계열사가 된 이후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게 된 데다 SKC의 자회사던 SK에어가스를 합병해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한 게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업 다각화 추진

최 회장이 최근 현장경영을 재개하면서 그룹 내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SK머티리얼즈와 SK바이오팜을 잇따라 찾은 건 ‘이들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게 그룹 안팎의 해석이다. 이 두 회사는 최 회장이 SK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SK(주)의 자회사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당연히 챙겨야 할 계열사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3대 주력사업인 에너지(SK이노베이션),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에 쏠려 있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가 더 크게 반영됐다”는 게 SK 관계자의 설명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올릴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K 안팎에선 이들 3대 사업 외에 다른 사업을 추가로 육성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