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다음 날인 8일 이 회사 직원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출근했다.

이 회사는 오전 8시부터 야드 작업을 시작한다.

오전 6시 50분부터 통근버스 수십대가 차례차례로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에 들어와 야드 곳곳을 돌며 직원들을 내려줬다.

공두평 총무보안팀장은 "매일 통근버스 97대가 직원들을 태우고 조선소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통근버스에서 내린 한 직원은 "회사가 문을 닫을까 그동안 조마조마했다"며 "법원이 기회를 준 만큼 회사 정상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회생절차가 개시됐지만 평소와 비교하면 야드 근무인원은 절반 이상 준 상태다.

공두평 팀장은 "야드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휴무에 들어가 지난주와 비교하면 사내협력업체 직원 40%가량만 나왔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7일부터 인건비·자재비용을 줄이려 사내협력업체 직원 3천500여명 중 1천400여명만 출근하도록 해 인원을 대폭 줄였다.

사측은 곧 법률상 관리인을 맡게 된 이병모 대표이사 명의로 직원들에게 담화문을 낼 방침이다.

담화문에는 회생절차 개시 후 조달·생산·설계 등 회사 업무 전반에 걸쳐 달라지게 되는 점과 직원들을 향한 당부, 회사 운영에 대한 각오가 감길 예정이다.

사측은 곧 직원들을 대상으로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내고 야간·주말근무 폐지 등의 방법으로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 비용절감에 나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사람을 강제로 자르는 인위적 구조조정 보다는 일감을 최대한 나누는 '잡 쉐어링'(Job Sharing)을 통해 향후 신규 수주에 대비해 조선소 역량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길 희망했다.

직원들은 결국 신규 수주가 회사를 살리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STX조선해양 수주 잔량이 55척이다.

이 가운데 몇 척은 법정관리 신청을 전후해 선주사로부터 발주 취소요청이 들어왔다.

회생절차 개시로 빚을 어느정도 탕감받더라도 추가 수주가 없다면 내년 2∼3분기 이후에는 더이상 건조할 배가 없어 야드가 텅텅 비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에 불리한 상황에 처했지만 수주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 후 자금경색 상황을 겪었던 협력업체들은 원청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회생관리 결정을 환영했다.

최낙건 STX조선해양 협력사 협의회 사무국장은 "회생절차 개시로 자산보전 처분이 풀리면서 지금부터는 STX조선해양에 기자재를 공급해도 돈을 떼일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며 "사측과 협의해 인력, 기자재 공급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