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3사 '최악의 상황'도 대응하도록 자구계획 추진
중소 조선사도 '살려나가는 방향'…추가 자금지원은 없어

심각한 '수주 절벽'에 직면한 국내 조선사들은 일단 채권단의 관리 아래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는 8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에서 조선업에 대해 "향후 수주상황 악화가 지속되는 것 등을 고려해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붙이면서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빅3'의 합병이나 분할 등이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선 3사는 앞으로 채권단 협의를 거쳐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달 승인한 대형 3사의 자구계획에 대해 각각 충분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먼저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3조5천28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은 "수주전망보다 큰 규모의 수주감소가 발생하더라도 대응 가능한 자구계획"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마련한 방안 외에도 비상시에 3조6천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을 제출했다.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1조4천551억원 규모의 자구안도 규모는 작으나 수용 가능하다는 것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평가다.

산업은행은 "자구계획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으나, 유동성 대책이 포함돼 적정한 계획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자구안에 6월 말 경영진단이 끝난 이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대책을 포함시킴으로써 삼성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우조선이 마련한 총 5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은 "현재 자구계획을 이행중인 상황에서 추가 자구안이 비교적 충실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가정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도 2조원 규모의 별도 컨틴전시플랜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형 조선3사 모두 일단은 자체 자구안과 비상계획 등을 통해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견딜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한편 이들 외에 중소 조선사의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채권단의 추가적인 신규 자금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어 선수금환급보증(RG)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조선사의 유동성이 악화할 경우 처리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원칙을 명확히했다.

다만 이런 원칙 하에서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시설·인력 감축 등 강력한 자구계획 실행하되 개별사의 특성 고려해 회사를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소형 조선사들도 일부가 STX조선의 뒤를 이어 법정관리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우선 성동조선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구계획을 이행할 경우 2019년까지 자금부족 상황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파악했다.

성동조선은 앞서 2017년까지 2개 야드를 매각하고, 인력을 감축해 총 3천248억원을 확보한다는 자구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수은도 앞서 지원키로 했던 7천200억원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2천230억원을 계속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대선조선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내년 중 유동성 부족에 처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드 일원화, 소형선 건조 특화 등을 통한 673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을 실행하더라도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유동성 악화가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자체 방안을 수립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난이 현실화할 경우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SPP조선은 내년 3월까지 자금부족 없이 이미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인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SM그룹에 사천조선소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최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대형·중소형 조선사 모두 자체 자구노력을 기반으로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추진되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업계의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먼저 중소 조선사에 대해서는 "자체해결이 어려운 경우 처리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원칙"이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선협회 주관으로 업계 공동 컨설팅을 추진, 결과에 따라 사업재편과 설비감축 등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지헌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