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펀드 추천해주세요.”

사회초년생들을 만나면 매번 듣는 얘기다. 필자가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를 담당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요구다. 그럴 때 “좋은 펀드가 뭐냐”고 반문하면 대부분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는 펀드”라는 답이 돌아온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행 예·적금 외에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펀드에 대한 이런 반응을 접할 때면 좀 더 이해도가 높아져야 함을 절감한다.

특히 수십년간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회초년생은 자산 축적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방향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좋은 펀드란 상당 기간 꾸준한 성과를 내는 펀드다. 이런 펀드에 왜 투자해야 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펀드 투자의 필요성

사회초년생은 상당 기간 정기적인 현금 수입이 발생할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10년, 20년 후의 자산상태가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안전하면서도 고금리를 제공하던 과거와 달리, 저금리 시대에는 안전자산인 예·적금이나 현금만으로 자산을 관리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재테크란 용어에 친숙해져야 하는 시기다. 20년 전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기에 단기금리가 연 30%를 넘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후 예금금리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에 1년여간 머무르고 있다 보니, 목돈을 마련해서 주택 등의 자산을 키우려는 사회초년생들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을 포트폴리오로 구성, 보유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방식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금융시장이 발달하면서 모든 지역, 모든 상품에 대한 투자가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이런 투자 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대부분이 펀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펀드란 무엇인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여러 자산을 본인이 직접 사고 팔면서 자산을 증식하는 것을 직접투자라고 한다. 이와 달리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겨 투자하는 방법을 간접투자라고 하는데, 이때 그 돈을 어떤 방식으로 무슨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를 명시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이 펀드다. 펀드는 나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공동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전문가에게 맡김으로써 일종의 공동구매와 같은 효과를 통해 적은 투자금으로 다양한 자산에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는 효율적인 투자상품이다.

펀드 종류는 어느 자산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나뉜다. 주식에 투자하면 주식형 펀드, 채권에 투자하면 채권형 펀드, 주식과 채권을 혼합해 투자하면 혼합형 펀드, 부동산에 투자하면 부동산펀드, 공동으로 선박을 사서 이를 운용해 수익을 배분하면 선박펀드라고 불린다.

○펀드 투자 시 유의점

바람직한 펀드 투자는 개인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수많은 펀드가 각자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어떤 펀드를 골라서 내 자산의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지는 개인이 계속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유의점을 제시한다. 첫째, 펀드를 관리하는 펀드매니저와 그 매니저가 소속된 자산운용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펀드는 대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를 통해서 가입하지만 운용은 자산운용사라는 별도의 운용전문회사에서 맡고, 그 회사에 소속된 포트폴리오 매니저(펀드매니저)가 운용한다. 금융회사 창구에서 펀드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투신운용의 OOO 주식형 펀드, △△자산운용의 □□펀드라는 식으로 안내받는다. 증권사와 은행같이 펀드를 판매하는 회사를 판매사라고 하고, 운용을 맡아서 하는 회사를 운용사라고 한다. OO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운용은 별개 회사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판매사보다는 어떤 운용사의 어떤 매니저가 그 펀드를 관리하는지가 좀 더 중요하다. 판매사는 각 펀드 운용사와 담당 매니저에 대한 충분한 분석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므로, 개인투자자는 판매사 창구에서 상담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본인의 투자목적과 성향에 따라 적합한 펀드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위험하지만 목돈으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시도하는 투자자와, 장기간에 걸쳐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적립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전혀 다른 성격의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운용사별로 투자철학이 다르고, 그 매니저들도 서로 다른 성향의 투자방법을 선호한다. 주식형만 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이 높은 성장형 기업을 선호하는 매니저가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 꾸준한 배당을 통해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매니저도 있다.

전경대 한경 생애설계센터 객원연구원(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