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콘티넨탈 가세…불붙은 금호타이어 인수전
국내 2위, 세계 12위 타이어 제조업체인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빅4’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AG를 비롯해 인도 최대 타이어 제조업체인 아폴로타이어, 일본 요코하마타이어 등이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중국 내 타이어업체와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자인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다음달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관리 부실로 여론의 질타를 맞고 있는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성사시켜 일부 손실을 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려한 인수후보들

인수후보들이 금호타이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 공장’ 때문이다.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금호타이어의 입지는 탄탄하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난징, 톈진, 창춘 등에 공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한때 25%까지 올라갈 정도로 판매망이 잘 갖춰져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내 타이어 공장 추가 설립이 어려워졌다”며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의 매각 가치가 더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은 큰형인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05년부터 한·중우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끈끈한 인맥을 쌓아왔다.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이 중국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시장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 아폴로타이어는 미국 2위 타이어 제조업체인 쿠퍼타이어 인수를 시도할 정도로 자금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코하마타이어는 박삼구 회장과 친분이 있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고무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금호석유화학도 수직계열화 차원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 내 타이어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 지분 42.1%의 매각 가치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 인수 가능한가

독일 콘티넨탈 가세…불붙은 금호타이어 인수전
작년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아온 박삼구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채권단은 최근 “박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 회장은 이에 따라 계열사를 동원하지 않고 스스로 인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 회장은 작년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빌린 3500억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금융권에 갚아야 하는 등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선매수권에 대한 채권단 입장이 바뀌거나 한 차례 유찰되면 가능하다. 현재 박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금호기업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터미널을 인수해 합병한 뒤, 내부적으로 3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코하마타이어가 박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요코하마타이어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국내 공장을 떼어내 박 회장에게 넘기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13년 요코하마타이어에서 투자를 유치하려다가 채권단이 제동을 걸어 무산된 적이 있다.

안대규/이현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