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일몰 예정인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다시 연장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카드 사용이 일상화된 만큼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실질적인 세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제도의 존폐·보완 여부를 오는 8월 세법개정안 발표 전까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여섯 차례 연장된 카드 소득공제…이번에도?
◆공제 규모 年 2조원 육박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신용카드 등의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말 종료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기한을 2021년 말로 5년 늦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한 해 총 급여액의 25%를 넘으면 초과분(최대 300만원)에 대해 15%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체크카드 공제율은 30%로 더 높다. 1999년 도입된 제도로 3년 한시법이었으나 여섯 차례 연장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 제도는 현금 대신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해 세원(稅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득공제를 통해 내수를 진작한다는 취지도 담겼다. 제도는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자영업자의 세원 변화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액은 1999년 1056조원에서 2003년 1882조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계속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2012년 1조4405억원에서 지난해 1조8163억원으로 3년 새 26.1% 증가했다. 올해 추정치는 1조9321억원에 이른다.

◆내수 위축 우려도

올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일몰을 앞두고 다시 찬반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제도를 연장해야 한다는 쪽은 제도가 폐지되면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증가하고 세원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없앨 만큼 세원 투명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데다 내수 위축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카드 공제 제도를 없애는 것은 최근 불거진 경유값 논란과 같이 근로자, 서민의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원 투명성도 완전히 확보되지 않아 아직 근로소득자 상당수는 개인사업자와의 조세 형평성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선 “카드 사용이 이미 일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세원 확보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인 데다 카드를 발급할 수 없는 일부 저소득층은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 소득공제는 과거 자영업자들이 자료를 주지 않아 도입됐는데 이제는 국세청이 신용카드 없이도 매출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금은 근로소득자의 소득세를 깎아주는 효과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에 대한 성과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이 이달 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성과평가는 조세특례 제도의 존폐, 보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보자는 것”이라며 “8월 세법개정안 발표 전까지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