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42% 급감…공급량 줄면서 가격 상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쇠고기 시장이 개방된 이후 한우농가가 매일 45호씩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의 'FTA 시대 한우산업의 구조변화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우 사육호수는 한미 FTA가 체결된 2012년 15만4천호에서 2016년 8만8천호로, 42%(6만6천호) 급감했다고 밝혔다.

4년간 한해 평균 1만6천500호씩 사라진 것인데, 하루에 45호씩 문을 닫은 셈이다.

농가들이 줄도산하면서 한우 사육 마릿수도 2012년 이후 매년 15%씩 줄었다.

FTA 이전(전년 대비 평균 5.4%)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훨씬 크다.

보고서는 최근의 한우 가격 상승은 FTA 이후 농가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공급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논란이 일면서 한우 수요가 급증했고, 한우 농가는 같은 해 18만 3천호로 늘었다.

공급량이 늘다보니 자연스레 한우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문닫는 농가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미 FTA의 발효 시점인 2012년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이고 정부까지 나서서 암소 감축 사업을 시행하면서 다시 공급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살아남은 농가들이 수입 쇠고기와의 차별화를 위해 한우 품질의 고급화 전략을 펼친 것 역시 가격 인상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우는 품질에 따라 5단계(1++·1+·1·2·3)로 나뉘는데, 1등급 이상 출현율이 2012년 58.1%에서 올해 4월 기준 66.6%까지 늘어난 반면 최하위인 3등급은 14.1%에서 8.2%로 하락했다.

하지만 한우 가격이 올랐어도 대부분 비싸진 송아지 가격 등 생산비로 지출됐을 뿐, 정작 농가들은 여전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한우 1마리당 소득은 비육우(고깃소·주로 수소 거세우) 기준 약 130만원이었다.

우리나라 평균 규모의 농가에서 한 해 11마리 정도 출하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소득이 1천430만원(한달 약 119만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한미 FTA 직전인 2011년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가 지난해가 돼서야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한우가 공급은 줄고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는 바꿔 말해 '대중 고기'로서의 한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한우농가들이 생산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송아지 번식 농가를 지원해주는 등 공급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