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근 넉 달간 이미 발행했거나 발행을 추진 중인 자산유동화증권(ABS)이 1조원대에 달하는 등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4월과 이달에 각각 2천400억원과 1천억원어치의 ABS를 발행했다.

또 내달 중 7천억원 규모의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올 4월 이후 내달까지 4개월간의 ABS 발행 규모는 총 1조원대로, 작년 연간 발행액(5천700천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일반 회사채(공모·사모)와 외화표시채권도 5천2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로써 ABS, 회사채, 외화채 등으로 올 들어 내달까지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1조5천6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시장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일단 내달 7천억원 규모의 ABS 발행 계획을 잡았다"며 "발행액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ABS는 장부상 아직 인식되지 않은 장래 수익(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항공운임 채권(비행기 티켓 판매로 유입되는 매출) 등을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한다.

아직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미래의 운임수익을 당겨 쓰는 식이다.

ABS는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발행 과정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당장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대한항공은 ABS 발행을 확대하기 위해 기초자산 범위를 국내 운임채권에서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여객 운임채권으로 넓히고 있다.

실제로 이달 발행한 1천억원 규모의 ABS는 홍콩과 싱가포르 지역 대리점에서 판매한 여객 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대한항공이 홍콩 지역 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한 것은 2014년 11월(1천200억원)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올해 4월 발행한 2천400억원어치 ABS는 미국 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국내 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 발행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해외 매출채권으로 시선을 돌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ABS 발행을 늘리는 것은 최근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되면서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당한 물량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한항공의 회사채, 외화표시채, ABS 규모는 총 7천600억원대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3월 말 기준 1년 내 갚아야 하는 금융권 단기차입금은 8천억원 수준이었다.

시장 일각에선 시중은행들의 대출조건이 한계기업 구조조정으로 까다로워지면서 대한항공의 대출 만기 연장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지만 대한항공은 여전히 계열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한진해운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지분 2천620억원과 영구채 1천100억원을 포함해 총 5천억원 규모"라며 "장·단거리 노선 경쟁 심화, 항공화물 업황 부진으로 올 하반기 영업 상황도 대한항공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70.2% 늘어난 3천2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영업외 부문의 실적 악화로 1천7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