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6일 오후 4시

[마켓인사이트] 김준기 "동부대우전자 안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이 동부대우전자의 그룹 이탈을 막기 위해 60억원가량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 김 회장이 계열사에 사재를 출연하는 것은 2009년 그룹 구조조정 본격화 이후 여섯 번째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이달 250억원 안팎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 ‘1800억원의 자기자본을 유지’하기로 한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동부대우전자의 강제 매각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증자에는 동부대우전자 지분 50.6%를 보유한 동부그룹만 참여한다. 나머지 지분 49.4%를 가진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FI들의 의결권과 배당이 줄어들지 않도록 신주는 모두 무의결권 전환우선주로 발행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증자대금 중 60억원가량을 개인 재산으로 대기로 했다. 그는 2013년 옛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당시, 250억원을 투자해 지분 9.2%를 취득했다. 이번에는 의결권과 배당이 없는 주식인 데다 보통주 전환이 사실상 어려운 지배구조여서 사재 출연이나 다름없다.

김 회장이 ‘계열사 살리기’에 사재를 내놓는 것은 동부하이텍(3000억원) 동부건설(540억원) 동부LED(70억원) 동부팜한농(50억원) 동부메탈(200억원)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동부그룹의 자금 지원은 동부대우전자의 강제 매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동부는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동부대우전자의 자기자본을 1800억원 이상 유지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문제는 지난해 239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동부대우전자의 자기자본이 1758억원까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달 안에 부족분인 42억원을 증자하지 않으면 FI들은 동반매각권(tag along)을 행사할 수 있다. FI가 동부대우전자 지분을 제3자에게 팔 때 동부그룹도 지분과 경영권을 같이 매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부그룹이 자기자본 부족분인 42억원을 크게 웃도는 250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시중에 나도는 동부대우전자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겠다는 뜻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FI들과의 약속 이행 수준을 넘어 양문형 냉장고, 대형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 투자 재원까지 이번 기회에 확보해 동부대우전자를 공격적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FI들은 처음에는 이번 증자에 회의적이었다. 동부건설 차명주식 처분 의혹, 동부대우전자 관련 배임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동부그룹의 동부대우전자 경영 의지와 신뢰성 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FI들은 이에 따라 동부대우전자를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동부그룹을 설득했다. 하지만 김준기 회장이 직접 사재를 출연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 증자에 동의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김 회장은 이미 자택을 포함한 재산 대부분을 담보로 잡힌 상황이어서 이번 증자 참여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투자은행(IB)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이 동부그룹의 동부대우전자 인수와 관련한 배임 혐의로 고발되는 등 동부대우전자를 둘러싼 우려와 의혹 등이 최근 불거졌다”며 “회사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김 회장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