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세 가지 고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불거진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는 확고한 우위를 점했지만 이번엔 누나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의혹이 터졌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신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호텔롯데 상장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국면 전환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만간 신 이사장의 등기임원 해임 등 ‘초강수’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투명경영 원칙, 누나에게도 적용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를 비롯해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재단 등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위법행위가 드러나 법적 처벌이 불가피해지면 등기임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영자 이사장
신영자 이사장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 이후 가족(소유)·경영 분리 원칙 등을 여러 번 강조한 만큼 ‘누나’이기 때문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가 부회장, 회장으로 취임한 뒤 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각 계열사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줬다”며 “이사회가 저를 해임, 해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번 안건에서도 자체 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전에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신 이사장의 등기임원 해임을 서두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세 가지 고민'
롯데 관계자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결과를 뛰어넘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후계자를 자임하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을 신 회장이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소유·경영 분리 원칙’ 때문”이라며 “신 이사장 건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호텔롯데 상장 연기 불가피

신 이사장과 관련한 의혹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달 29일로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6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해외 기업설명회(IR)가 취소돼 수요예측(15~16일), 청약(21~22일) 등 후속 절차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분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 등 중요한 변화에 대해서는 반드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이후 일정에 관해 협의해야 한다”며 “연휴가 끝난 뒤 해외 IR 일정 등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롯데가 연휴가 끝나는 7일 상장 연기 결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IR 일정을 대폭 줄이지 않는 한 29일 상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롯데홈쇼핑도 ‘험난’

자체상표(PB)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41명의 피해자를 낸 롯데마트와 재승인 과정에서 임직원 비리 혐의를 누락 신고해 오는 9월부터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 8~11시, 오후 8~11시) 영업정지를 받은 롯데홈쇼핑도 신 회장의 고민거리다.

롯데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와 이철우 전 롯데마트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했지만 여론이 나빠지는 분위기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던 롯데가 처벌을 앞두고 고개를 숙이는 등 연기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와 피해방지 대책을 설명하는 등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홈쇼핑은 영업정지로 피해를 보게 된 납품 협력사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조성하는 자체 기금뿐 아니라 신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롯데 사회공헌위원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