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한·일전, 17년 만에 역전패 당하나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조선 수주 잔량 격차가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연말께 한국 조선 수주 잔량이 일본에 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수주 잔량은 2554만4583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였고, 일본의 수주 잔량은 2227만9625CGT였다. 수주 잔량은 조선사가 보유한 일감을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의 수주 잔량 격차는 326만4958CGT였다. 이는 2003년 8월 말(259만3872CGT)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 1999년 11월 말 일본을 앞지른 뒤 수주 잔량에서 밀린 적이 없다. 2008년 8월 말에는 수주 잔량 격차가 3159만6901CGT로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국 조선사들이 보유한 일감은 일본 조선사 보유 일감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격차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한국 조선의 수주 가뭄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급격히 좁혀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완료한 뒤 꾸준히 수주량을 늘리고 있고, 최근에는 자국 발주가 이어져 수주 가뭄을 한국만큼 심하게 겪지 않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자국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 최근에는 구조조정 때문에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해 수주 가뭄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연말께 한·일 수주 잔량이 재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 들어 26만5750CGT를 수주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5.3%에 불과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