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베벌리센터’의 중앙홀에서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강진규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베벌리센터’의 중앙홀에서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강진규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베벌리센터’는 지난 4월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시작했다. 6층에 들어서니 공사를 위한 가림막이 눈에 띄었다.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순차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1982년 처음 문을 연 LA의 랜드마크 쇼핑몰인 베벌리센터의 리뉴얼 키워드는 ‘즐기는 쇼핑몰’이다. 최상층인 8층에는 전망대가 들어선다.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 쇼핑몰 안에서 LA의 유명 관광지인 베벌리힐스와 할리우드, 다운타운 등을 관람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명 셰프들의 고급 식당가도 8층에 입점한다. 중앙 홀의 벽면에는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을 이어붙이기로 했다. 다양한 영상을 상영하고 정기적으로 패션쇼도 진행하기 위해서다.
패션쇼·전망대…미국도 '즐기는 쇼핑몰'
○공연장과 연계 마케팅

미국은 백화점과 쇼핑몰, 아울렛이 함께 입점하는 복합쇼핑몰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국가다. 쇼핑몰이 조성된 초창기부터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가 쉬웠기 때문에 다양한 시설 등을 함께 들여놓는 것이 일반화됐다.

복합몰 선진국인 미국에서 최근 몇 년간 최대 화두는 ‘즐길거리 확보’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이 급성장하면서 즐길거리를 통해 차별화하는 ‘체험형 복합몰’이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랄프 반즈 베벌리센터 점장은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기존 유통업체들은 좋은 상품만 가지고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모을 수 없게 됐다”며 “오프라인 쇼핑몰만이 줄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앞세워 고객을 모으기 위해 리뉴얼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1967년 LA 교외에 문을 연 사우스코스트 플라자도 즐길거리를 강조하는 쇼핑몰 중 하나다. 입구에 들어서면 실내에 회전목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몰을 찾는 가족단위 고객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인근에 있는 공연장과도 연결돼 있어 뮤지컬이나 콘서트를 보러 온 사람도 자연스럽게 쇼핑몰로 유입된다.

즐길거리를 앞세워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쇼핑몰들은 대부분 라스베이거스에 있다. 이곳의 쇼핑몰들은 호텔, 카지노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소비자를 유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베네시안호텔과 연결된 그랜드커낼숍스에는 매년 2000만명이 방문한다.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꾸준히 유입된다. 쇼핑몰 관계자는 “카지노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쇼핑몰로 들어와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쇼핑몰에 수영장 등 갖춰

한국에서도 올 들어 ‘즐기는 쇼핑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오는 9월 경기 하남시에 연면적 45만9498㎡ 규모로 문을 여는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하남’은 ‘쇼핑 테마파크’를 표방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스타필드 하남의 경쟁자는 다른 쇼핑몰이 아니라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라며 “쇼핑 판매액보다도 소비자의 일상과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스타필드 하남에는 슬라이드 시설을 갖춘 실내수영장과 한강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온수풀이 들어선다. 미니축구, 농구, 가상 승마 등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체험공간도 마련한다. 최고급 시설을 갖춘 영화관도 입점이 확정됐다. 원스톱 쇼핑을 위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함께 들어선다.

롯데와 현대백화점 등 다른 유통사들도 복합쇼핑몰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는 오는 12월 은평뉴타운에 롯데몰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인천 송도와 서울 상암 등에 복합몰을 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4월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 이어 대전에도 부지를 확보해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