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 정부와 한국은행이 사실상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한은은 그동안 두 가지 쟁점을 놓고 협의를 벌여왔다. (1)자본확충펀드 설립 때 필요한 신용보증기금 보증 재원을 정부와 한은 중 누가 낼 것인가와 (2)조선업종 ‘수주절벽’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경우 한은도 대출(자본확충펀드)을 넘어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해야 하는지 여부다.

정부와 한은은 이 같은 쟁점에 대해 최종 합의를 마무리짓고 그 결과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구조조정 진행 계획과 실업 대책 등에 대한 포괄적인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극적 타결…합의안 8일 발표
○신보 보증 재원 ‘줄다리기’

복수의 정부 및 한은 관계자들은 6일 “대부분 쟁점은 합의가 이뤄져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한은은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두 가지 핵심 쟁점만 남겨 놓고 막바지 협의를 벌여왔다.

첫 번째 쟁점은 자본확충펀드의 보증 재원 출연 문제다. 협의체는 자본확충펀드를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해선 일찍이 합의를 끝냈다. 한은이 기업은행에 대출하면 기업은행은 이를 다시 출자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등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국책은행이 파산하지는 않겠지만 감자(자본금 줄임)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자본확충펀드가 매입한 코코본드 등도 손실이 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협의체는 신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신보 보증을 위해 들어가는 돈(보증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놓고 정부와 한은은 한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신보에 따르면 자본확충펀드를 보증하려면 펀드 규모의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 재원으로 ‘수혈’받아야 한다. 10조원짜리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려면 5000억원의 보증 재원을 누군가는 신보에 출연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정부가 보증 재원을 출연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반면 정부는 “보증 재원을 마련하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하는데 보증 재원은 법에 따른 추경 요건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2017년 예산에서 보증 재원을 확보하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정부는 “그러면 자본확충펀드 조성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협의체 주변에서는 △한은이 보증 재원 전체를 책임지는 ‘통 큰 결단’을 하거나 △한은이 올해까지는 보증 재원의 일정액을 지급하고 내년부터는 정부가 책임지는 ‘절충안’을 수용하는 선에서 보증 재원 문제를 타결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 출자도 한동안 ‘평행선’

한은의 직접 출자 참여 여부도 쟁점이었다. 협의체는 최선의 상황(베스트), 중간, 최악의 상황(워스트) 등 세 가지 시나리오별로 나눠 재원 규모와 조달 방법을 짜고 있다. 이 중 조선업종의 극심한 수주 부진이 길게는 1~2년간 지속되면서 대우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에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를 놓고 정부와 한은의 의견이 갈렸다. 최악의 상황에선 10조원 또는 그 이상의 대규모 국책은행 자본확충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선이나 중간 정도의 시나리오면 한은이 자본확충펀드만 책임지더라도 충분하겠지만 최악의 상황에선 수은의 2대 주주인 한은도 증자(직접 출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한은은 ‘손실 최소화의 원칙’ 등을 내세우면서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 출자는 가능하지만 직접 출자는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 같은 한은의 직접 출자 책임 분담 여부는 ‘원칙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자본확충펀드 보증 재원 출연 문제보다 결론 도출이 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유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최종 결단으로 한은의 출자 문제도 타결됐다”고 말했다.

이승우/이상열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