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채권자가 300명이 넘는 회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로 집중된다.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면서 ‘도산전문법원’ 제도 도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통합도산법 일부개정안에는 채권자 총수가 300인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채무액 이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법인의 희생이나 채무를 부담하는 법인의 회생이나 파산사건이면 지역에 관계없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개정규정은 법안 공포 후 6개월 이후부터 시행된다.

현행 통합도산법에 따르면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은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는 지역의 지방법원에 신청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각 지방법원 파산부 인력은 제각각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엔 30여명의 판사가 배치돼 있지만 일부 지방법원은 5명 미만의 판사가 법정관리 사건을 다루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채권자가 여러 명인 지방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당 지역 지방법원의 업무가 마비되는 일도 잦았다. 일부 기업은 빠른 회생절차 진행을 위해 서울에 사무소를 설립한 뒤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같은 업무 비효율성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으로 도산전문법원 제도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조계는 일찌감치 법정관리, 개인회생절차 등을 전문으로 하는 도산전문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회생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고, 향후 기업 구조조정 등에서 전문성을 갖춘 판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전국 14개 지방법원에 회생 및 파산신청을 한 기업은 1500여곳에 달했다. 2006년 통합도산법이 마련된 이후 최대 규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 기업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대규모 사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며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도산전문법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