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분류·측정 방식 단순화…대손충당금 조기에 충분히 적립
1981년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에서 ‘에이어드밴티지(AAdvantage)’라는 세계 최초의 상용고객 우대 제도를 선보였다. 고객이 낸 항공권 가격을 항공서비스 대가와 마일리지 대가로 구분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가 도입되고 회계상 항공서비스 대가는 매출, 마일리지 대가는 부채로 인식해 기록하게 됐다.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따라 새로운 회계언어가 등장한 사례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120여개국에서 도입한 글로벌 회계언어 국제회계기준(IFRS)도 경영 환경의 변화와 정보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제·개정돼왔다. 2014년 7월에는 은행 등 금융회사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새로운 기준서가 제정됐다. ‘IFRS9(금융상품기준서)’이다. 이 기준서는 2018년부터 국내 상장회사와 금융회사에 의무 적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행 금융상품 기준서인 ‘IAS39(금융상품)’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회계기준서를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행 금융상품 기준서는 복잡하고 대출채권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실제 발생 가능한 손실보다 작게 반영하도록 하는 등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많았다.

금융위기 직전까지 재무제표상 문제가 없어 보였던 미국 금융회사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등이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손실로 연쇄적으로 파산했다. 유럽의 주요 금융회사도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등 세계 금융시스템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IFRS9 기준서는 이 같은 경험과 비판을 반영해 금융상품의 분류 및 측정을 단순화했다. 대출채권 등 금융상품에 대한 대손충당금 산출 및 측정 방법을 더 정교하게 바꿨다. 금융상품을 보유·운용하는 금융회사의 재무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IFRS9 기준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IFRS9 기준서를 회계계수의 산출과 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방법으로 접근하기보다 금융상품 포트폴리오의 구성·운용, 신용평가, 여신실행 및 사후관리 등 금융회사의 업무 체계를 고도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재준 < 삼정KPMG 감사부분 금융사업본부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