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까지 갉아먹을 수도…순수출 성장기여도 2년 연속 '마이너스' 전망
전문가들 "수출 기업에 힘 실어주고 품목 다변화해야"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각국이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이 유달리 더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며 정부에서는 한국 수출이 개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부진이 지속하는 데다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도사리고 있어 부진이 더욱 장기화하리라는 목소리도 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수출 부진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수출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 외교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바닥 안 보이는 수출…"주력품목 비중 큰 탓에 세계경기 침체 타격도 커"

6일 OECD가 취합해 공개한 자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월별 수출액 규모는 작년 1월에 처음으로 전년동월대비 0.9% 줄어든 뒤 최근까지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나타났지만 통계가 제시된 31개 회원국 중에서는 4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일본(2.4%)과 아일랜드(2.3%), 멕시코(2.0%) 등 3개 국가뿐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4월(-8.0%)과 5월(-10.6%)에는 6위로 처졌으며, 8월 들어서는 15.0% 감소를 기록하며 19위로 내려앉았다.

작년 10월(-15.0%)에는 23위로 밀려났고 올해 1월(-18.9%)과 2월(-12.7%)에는 28위까지 주저앉았다.

수출 감소 폭을 한자릿수로 줄인 3월(-8.0%)에도 증가율은 OECD 31개국 가운데 여전히 20위권(22위)에 머물렀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보면 한국 수출은 지난 5월까지 월간 기준 최장기간인 17개월 감소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세계경기 부진의 타격을 다른 나라보다 더 세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에는 감소 폭이 다시 한자릿수(-6.0%)로 줄며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지만, 세계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고 유가 및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수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한국 수출이 조선·석유화학 등 일부 주력품목만 비중이 크다 보니 경기가 나쁠 때는 수출도 급격히 악화하게 된다.

기복이 크다.

세계 경기 부진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엔저 등 환율의 악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데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예정처 "수출, 올해 GDP 성장률 -0.2%p 끌어내릴 수도"

상반기가 다 끝나가는데도 수출이 힘을 쓰지 못하자 지난해에 이어 수출이 성장률을 또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순수출(총수출-총수입)의 기여도는 -0.2%포인트로 전망된다.

순수출은 지난해에도 성장률을 1.1%포인트 깎아 먹었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2년 연속 마이너스가 되면 1999∼2000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 된다.

수출이 성장률을 갉아먹다 보니 경제 성장률도 2%대 중반에서 맴돌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기여도가 3.6%포인트였던 지난해에는 수출이 찬물을 끼얹는 바람에 경제 성장률이 2.6%에 그쳤다.

순수출의 마이너스 기여도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에는 내수 기여도 역시 2.7%포인트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터여서 경제 성장률도 2%대 중반을 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출을 둘러싼 여건도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산유국들이 산유량 한도 합의에 실패해 저유가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도 뚜렷하게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달 중순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등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수출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2016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대외경제 여건 악화와 유가 하락으로 교역규모 축소,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통관기준 수출 역시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부진 완화될 것"…전문가 "품목 다변화·생산성 늘려야"

정부는 5월 들어 수출 감소 폭이 다소 줄어드는 등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일 "4월에는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광공업 생산도 감소했지만, 5월 들어서 수출 부진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 물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제품의 단가가 회복된다면 하반기부터는 수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수출 회복세를 살려나갈 수 있는 다양한 정책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수출이 쉽사리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만큼 수출 부진이 성장 활력을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 된다"면서도 "민간 수출이 어려운 것을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어떻게 마땅히 할 것도 없는 것 같다"며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인 수출 진흥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진교 본부장은 "수출품목 다변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이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산업 전반적으로 연구기술(R&D) 투자를 통해 자체 기술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정부가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을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이 등한시된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을 통해 수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기업들을 독려하는 등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