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9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여느 때보다 금통위원들의 고민이 깊다. 1주일 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떤 선택을 할지 불확실한데다 국내 경제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 등 변수가 많은 만큼 이달에도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금통위원들 가운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점점 목소리를 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7월 인하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금리동결 유력 속 '7월 인하론' 솔솔~
◆헷갈리는 미 금리 인상 시기

금통위는 지난달까지 11개월째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신중론의 중요한 배경은 미국이었다. 작년 말에 이어 미 금리가 인상되면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금융시장이 들썩거릴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한국이 금리를 낮추면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어 부담이다.

당장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달 공개된 4월 FOMC 의사록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내용이 부각되면서 ‘6월 금리 인상론’은 더욱 힘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국의 지난달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물가와 고용 조건이 충족돼야 금리를 올리기로 한 만큼 6월 금리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 고용지표가 아주 심각한 것은 아니므로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힘 받는 금리 인하론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여전하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시중금리가 연중 최저점 수준으로 다시 하락했다”며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5%에 그쳐 2분기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 0.8%로 한은의 물가목표치 2.0%를 크게 밑돌았다.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것도 변수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정부·한은의 지원책이 명확해지면 금리도 보조를 맞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소비자심리지수(CSI)가 하락하는 등 경제심리도 구조조정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금통위는 2014년 세월호 사고,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내수 심리가 꺾였을 때마다 금리 인하로 부양에 나선 바 있다. 노무라, 골드만삭스, 씨티은행, BNP파리바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수개월 안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엔 소수의견 나올까

금리를 내려도 이달은 아닐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달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한 만큼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꾸는 것이 한은으로선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오는 9일엔 금리를 동결하되,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해 금리 방향을 열어 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이 ‘조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도 공개됐다. 향후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4월 취임한 신임 금통위원들이 의견을 본격적으로 개진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관건은 한은 내 매파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지난달 금통위에선 작년 금리 인하 이후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해 여러 위원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인 부양책도 중요하지만 고령화 등 중장기적인 구조 문제를 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