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전환 + 대주주 지분 7대 1 감자…채권단이 경영권 획득
양대선사 합병론 부각…당국 "현재로썬 의미없는 주장"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핵심인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내주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상선 이사회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7대 1로 감자하기로 결정했다.

3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7대 1로 줄이는 감자안을 주주총회에 부의키로 의결했다.

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율은 5월 말 현재 23.14%이다.

채권단 및 사채권자가 보유한 채권의 출자전환과 함께 대주주 차등감자가 확정되면 현 회장 측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지고, 현대상선은 지배권이 채권단에 넘어간 상태에서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게 된다.

또한 현대그룹 계열에서도 분리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 의결에 대해 "차등감자는 대주주에 경영상 책임을 묻기 위해 자율협약 체결 당시 결정했던 사안"이라며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고 출자전환을 실행할 때 감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상선 이사회의 감자 의결은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틀어지지 않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양일간 8천42억원 규모의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현대상선은 벌크선사들에 제시한 최종안에 대한 답변을 차례로 받으며 용선료 협상의 막바지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전체 용선료 협상을 좌우할 주요 컨테이너선사 5곳과는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고, 그 외의 벌크선사들에 최종 제안을 제시한 상태다.

적어도 다음 주 중에는 협상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운동맹체 가입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다음 주까지는 용선료 협상이 최종 타결돼야 한다고 보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의 가장 큰 고비로 여겨지던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이라는 큰 산 두 개를 사실상 넘어선 셈이다.

해운동맹 합류를 위한 작업도 시작했다.

해운동맹체 '디 얼라이언스'에서 일단 제외된 현대상선은 9월께 회원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회원 선사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미 디 얼라이언스 소속 6개 회사 중 4곳이 가입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앞으로 2개 회사(한진해운·K-라인)의 동의만 얻으면 되기 때문에 해운동맹 가입에도 청신호가 켜져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큰 고비를 넘으면서 또 다른 주요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해운도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대주주 차등감자와 출자전환이 이뤄져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부상해 경영권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비용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채권단이 양사의 합병을 재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 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저가 운임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덩치를 키우며 비용을 줄이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해외 시장 분석가들 역시 한국의 1, 2위 선사가 결국은 합병의 길을 택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합병론이 현재로썬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합병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그는 "양사의 경영 정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그때 가서 합병론을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이제 막 시작단계인 현시점에서 합병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