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경제브레인 '단순가담'으로 뭉쳤다
지난달 30일 10명의 지식인이 ‘구조조정,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성명서에 실명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이원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6명이다. 나머지 4명은 “현 직위 및 직책상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며 익명으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의 명성에 비해 모임의 이름은 가볍다. ‘단순가담’이라고 부른다. 김광두 원장은 “소규모 토론 모임이어서 거창한 명칭을 따로 짓진 않았다”며 “참가자 중 한 명이 장난처럼 만든 ‘단순가담’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학계·법조계·금융계 인사 등 참여

김광두 원장은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고, 백용호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경제개혁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상조 교수와 진보·중도 성향 사회학자인 김호기 교수 등도 참여했다. 역대 정부의 ‘경제브레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물론 진보 성향 경제·사회학자까지 아우르고 있다. 법조계 금융계 인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연장자에 속하는 김광두 원장과 김병준 교수가 모임을 주도한다. 김 원장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지식인들이 모여 지혜를 나눠 보자는 취지로 모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종합적인 시야를 갖고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관심 분야나 생각이 약간씩 다를 만한 분들을 모셨다”며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진보·보수 의견서 공통분모 찾아낸다

모임의 목적은 토론이다. 커피와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며 두세 시간씩 의견을 교환한다. 토론을 끝내고 다음 모임 날짜와 주제를 정하면 참가자 가운데 해당 분야 전문가가 내용을 정리해 발제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포함해 과학기술, 복지, 노사 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모인 만큼 나오는 의견도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김 원장은 “서로의 의견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까지는 토론에 그쳤지만 지난달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모임이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낸 것은 이번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라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말하는데 우리는 이보다 더 나쁠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지식인들이 침묵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토론 모임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결성한 모임은 아니지만 이번 구조조정 이슈처럼 지식인들이 나서야 하는 주제에 대해선 또다시 성명서를 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