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항 등 국내 주요 항만 주변을 물류와 제조활동이 결합된 항만배후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외국 자본도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항만 옆 공단 유치…'한국판 로테르담' 만든다
해양수산부는 2일 주요 항만 주변에 민간 개발을 허용하고 관련 규제를 풀어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같은 글로벌 물류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만배후단지는 항만 인근에 입주한 물류·제조기업이 물동량을 바탕으로 유통·조립·가공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공간이다.

수출입 화물을 싣고 내리는 단순 물류 거점에서 제조 등이 가미된 복합물류거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정부는 1131만㎡ 규모인 항만배후단지를 2020년까지 3039만㎡로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 등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8월 시행을 목표로 항만배후단지 관리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각 항만의 관리 주체인 항만공사 등이 입주 기업 선정 기준과 실적평가 지표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항만별 특성에 관계없이 정부가 입주 기업 선정과 평가 등을 일률적으로 규제했지만 앞으론 항만 자율에 맡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각 항만을 중심으로 외국계 기업 등이 입주한 산업클러스터가 생겨나고 있다. 부산신항, 광양항, 평택·당진항 등 항만배후단지는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돼 임대료가 저렴하다. 부산신항 물류기업이 내는 월 임대료는 ㎡당 321원으로 인근 미음산단(439원)에 비해 27% 낮다. 광양항도 129~258원 수준으로 순천 인근 산단(551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조세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물류기업은 500만달러, 제조기업은 1000만달러 이상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 3년간 법인세가 전액 면제되고, 15년간 취득·등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받는다. 이 같은 혜택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부산신항에만 1117억원(68개 기업) 규모 외자 유치가 이뤄졌다.

입주 기업들은 물류비 절감 등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초 부산신항으로 물류 거점을 옮긴 일본계 N사는 물류비를 30%가량 절감했다. 원래 N사는 미국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제품을 수입해 일본 도쿄항, 오사카항 등에 집하한 후 육로를 통해 일본 내륙 곳곳으로 옮겼다. 부산으로 거점을 옮긴 뒤엔 부산신항에 한데 모아 일본 주요 항만으로 해상 운송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부산은 일본 60개 항만과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N사 관계자는 “일본은 지정학적 특성상 국토가 길어 내륙 운송료 부담이 컸는데 부산항을 통한 해상 운송으로 물류비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 모락스와 일본 세이노가 합작해 설립된 MS디스트리파크는 부산신항에만 3만3000㎡ 규모 물류창고 두 곳을 지었다. 박상수 MS디스트리파크 이사는 “부산의 지정학적 이점, 풍부한 선박 스케줄, 저렴한 물류비를 활용해 조립 가공 포장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만배후단지 조성 과정에 민간이 진입하는 길도 열렸다. 해수부는 올해부터 민간이 개발해 분양하는 방식을 허용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제조기업 등이 공공임대보다 분양을 선호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업 수요에 맞춰 임대와 분양을 병행하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사례도 참고했다. 지난 3월 접수한 인천신항 민간사업자 참가의향서 접수에는 21개 기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수호 해수부 항만물류기획과장은 “배후단지 입주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운영 등 규제 요소를 적극 발굴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