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나홀로 고성장' 못미더운 투자자들
인도가 중국과의 경제성장률 격차를 더 벌렸다. 인도 중앙통계청(CSO)은 올해 1~3월 인도 경제가 전년 동기 대비 7.9% 성장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같은 기간 중국 성장률은 6.7%에 그쳤다. 지난해 10~12월 0.4%포인트이던 양국 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인도의 지난해(회계연도 2015년 4월~2016년 3월) 경제성장률도 7.6%로 201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에도 해외 투자자들은 인도 경제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집권한 지 2년이 지났지만 3대 개혁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제조업·인프라가 성장 이끌어

1~3월 인도 경제성장률은 중국은 물론 필리핀(6.9%)과 인도네시아(4.9%) 등 주요 신흥국가를 웃돌았다. 모디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인 제조업 육성과 내수 활성화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인도 제조업은 전년 대비 9.3% 성장했다. 2014년 5.5%에 비해 성장세가 가팔랐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수도·가스·전력 분야도 9.3% 성장했다.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내수도 도움이 됐다. 인도 통계청은 지난해 GDP의 약 60%를 차지한 개인소비 증가율이 7.4%로 2014년의 6.2%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찬드라지트 바네르지 인도산업연합회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모디 정부의 친(親)시장 개혁 덕분에 기업인의 사업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을 주요국 중 최고인 7.5%로 전망했다.

◆가시지 않는 GDP 통계조작 의혹

많은 경제 전문가와 해외 투자자는 여전히 인도 경제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지난해 인도 정부가 GDP 집계 방식을 바꾸면서 갑자기 성장률이 7%대로 높아진 점이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인도 정부는 2013년 성장률도 4.7%에서 6.9%로 수정했다.

인도의 수출은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전체 투자액이 증가했지만 민간 기업 투자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WSJ는 2014년엔 인도 8개 주요 업종에서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작년엔 10만개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실란 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경제성장이 빨라질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GDP 발표를 온전히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 5월 집권한 모디 정부가 외국인투자 규제 완화 등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3대 개혁법안인 노동법, 통합부가가치세법(GST), 토지개혁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점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노동규제로 인도에서 합법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WSJ는 비판했다.

통합부가가치세법은 주별로 다른 간접세를 하나로 일원화해 주별 경제 교류를 늘리고, 토지개혁법은 정부와 기업의 토지 수용을 도와 인프라 건설과 제조업 육성을 쉽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토지분쟁 때문에 인도에선 100억달러 규모의 도로 공사가 멈춰 있다.

3대 법안은 상원에서 번번이 저지되고 있다. 상원 내 야당 의석 비중이 72%에 이르기 때문이다. 인도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농민이 토지개혁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