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일기획, 프랑스 퍼블리시스에 매각 무산
삼성그룹이 추진해온 제일기획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삼성은 세계 3위 광고회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작년 말부터 매각협상을 벌여왔다.

삼성은 제일기획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른 글로벌 광고사와 제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작년에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삼성스포츠단을 글로벌 광고대행사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매각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

◆삼성 “협상 종료, 최상부에 보고”

1일 재계에 따르면 제일기획 지분 매각을 두고 벌이던 삼성과 퍼블리시스의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양측 간 협상은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삼성은 일본 덴쓰 등 다른 제휴 파트너를 물색했으나 이 방안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퍼블리시스와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최근 협상을 종료하기로 하고 이를 그룹 미래전략실 최상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단독] 제일기획, 프랑스 퍼블리시스에 매각 무산
제일기획 지분은 삼성물산 12.64%, 삼성전자 12.60% 등 삼성 계열사들이 28.44%를 갖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퍼블리시스와의 협상이 상당 기간 열리지 않은 건 맞지만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해외 매체 구매대행을 맡아온 퍼블리시스는 아시아 시장에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삼성전자를 광고주로 확보하기 위해 제일기획 인수를 추진했다. 제일기획 자회사(지분율 98.0%)인 펑타이는 중국 디지털광고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퍼블리시스의 북미 유럽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전자의 해외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제일기획 매각은 2013년부터 추진한 전자·금융 위주 그룹 사업 재편의 일환이기도 했다.

양측 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제일기획이 운영을 맡은 삼성라이온즈(프로야구) 삼성블루윙스(프로축구) 등 스포츠단 다섯 곳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스포츠단 운영 효율화 등을 위해 작년에 이들 스포츠단을 제일기획으로 이동시켰다.

퍼블리시스 입장에선 스포츠단 운영은 불필요한 데다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 인수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전자의 광고대행을 몇 년간 보장해주느냐와 가격 조건에서도 양측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주가 하락, 직원 동요 진정될까

삼성의 제일기획 매각 추진 사실은 지난 1월15일 블룸버그가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 30%를 공개 매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3월17일엔 제일기획이 증권거래소 공시에서 “주요 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회장은 지난 4월22일 기업설명회(IR)에서 “(삼성과의 협상에) 부침이 있었는데, 현재는 정체기”라며 “협의가 쉬웠다면 이미 딜이 성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매각 추진 사실이 보도되며 그동안 주가가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월 중순 2만원대 초반이던 제일기획은 1일 1만6100원에 장을 마쳤다. 매각이 성사되면 삼성전자 광고 물량이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회사가 팔리면 신분이 불안해지는 만큼 직원들의 동요도 심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