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6300억원 규모 공모사채의 만기 연장과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에 성공했다.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데 이어 회사채 만기 연장 등도 이뤄 현대상선은 큰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다.
숨통 트인 현대상선…채무 6300억원 출자전환·상환 유예
31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6300억원 공모사채에 대한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권자들은 채권의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2년간 상환을 유예한 뒤 3년간 분할해 갚도록 하는 채무재조정안을 통과시켰다. 금리는 기존 연 5~6%에서 연 1%로 낮추기로 했다. 단위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법인 채권자 비중이 높은 이날 집회에선 참석자의 99.9% 동의로 안건이 통과됐다. 참석자들은 ‘현대상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면 채권자 모두가 손해’라는 데 공감해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6월1일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할 채권자들로부터도 대부분 사전 동의를 받은 상태여서 8043억원 공모사채 전체의 채무재조정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은 이날 채권자들에게 “글로벌 해운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5조원가량의 자구안을 이행해 현대증권 매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용선료 조정도 잘되고 있고 회사 부채비율이 400% 아래로 내려갈 예정이니 성원해달라”고 호소했다.

현대상선은 6월 중순 용선료 인하를 마무리하고 해운동맹에 가입한 뒤 대주주 감자(減資)와 채권자 출자전환을 할 예정이다.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현대상선의 재무상황이 좋아지면 제3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소속 해운사들로부터 암묵적 동의를 받았다”고 설득했다. 현대상선은 6월2일 서울에서 열리는 기존 해운동맹인 G6 정례회의에서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대규/하헌형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