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아래위로 작동시키는 핵심 부품인 권상기를 제조하는 하이젠모터는 100억원 안팎이던 관련 매출이 지난해 10억원 안팎으로 급감했다. 핵심 거래처였던 오티스가 권상기 등 주요 부품을 값싼 중국산으로 바꾼 탓이다. 게다가 건설 경기 부진으로 승강기 수요가 주춤해진 데다 안전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승강기 부품업체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삼중고'로 내리막길 걷는 승강기 부품산업
○뒷걸음질치는 승강기 생산

한국은 승강기 세계 5위 시장이다.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많아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 수요가 많다. 하지만 승강기 생산액은 3년째 내리막길이다. 2012년 2조5670억원이던 생산액은 지난해 1조9428억원으로 3년째 줄었다. 국내 2, 3위 업체인 티센크루프와 오티스가 국내 생산을 줄인 영향이다.

2012년 2838만달러이던 승강기 무역흑자도 지난해 475만달러로 축소됐다. 중국산 승강기와 승강기 부품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소 승강기 제조 및 부품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빠졌다. 해성굿쓰리 대주이엔티 등 상당수 승강기 업체는 지난해 매출이 꺾였다. 일감이 줄어 적자에 허덕이는 중소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완제품 시장에선 대기업에 시장을 뺏기고 부품은 값싼 중국산에 밀리고 있어서다.

반면 국내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티센크루프 오티스 등 외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꾸준하다. 김기영 한국엘리베이터협회장은 “오티스 등이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중국 등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오면서 국내 중소 승강기 부품업체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중국산 수입상 전락한 中企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LG산전 동양엘리베이터 등이 해외 업체에 매각되면서 국내 승강기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티센크루프와 오티스는 동양엘리베이터와 LG산전을 각각 인수한 뒤 국내 생산을 줄이고 중국 등에서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승강기 부품 상당수는 중국에서 조달한다.

한 승강기 업체 대표는 “일감이 줄면서 대다수 중소 승강기 업체가 4, 5년 전부터 기술개발마저 포기했다”며 “가격뿐 아니라 기술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단순 조립하는 업체가 태반”이라고 털어놨다.

승강기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유지보수업체만 늘고 있다. 1380여개인 국내 승강기 업체 가운데 완제품·부품 제조사는 105개인 데 비해 유지보수업체는 860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감이 줄다 보니 소규모 완제품과 부품을 제작하던 업체들이 단순 유지보수업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규제까지 겹쳐

규제도 중소 승강기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승강기 관련 규제가 엄격해졌다. 안전 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유럽보다 더 엄격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럽에서는 안전부품 인증을 한 차례만 받으면 되지만 국내에선 1~2년마다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증 비용도 유럽의 3배를 웃돈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승강기산업 규제(국민안전처)와 진흥(산업통상자원부)의 이원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 김 회장은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등을 망라하는 승강기산업은 로봇 등 첨단산업의 근간”이라며 “정책의 엇박자를 막고 승강기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