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4월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에서 현행 상법과 충돌해 상장회사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이행주체는 상장사로, 이번 개정안은 상장사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용을 기관투자자에게 공시토록 했으며 집중투표제 채택과 선임사외이사 선임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원칙과 지침을 담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매년 상장사 중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발표해 왔다.

전경련은 이날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통해 "개정안에 현행 상법에 근거하지 않거나 현행 상법과 충돌되는 내용이 27건 이상 포함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이 삭제를 요구한 내용은 ▲ 다양한 인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선임된 이사의 임기는 존중돼야 한다 ▲ 이사회는 공정하게 평가돼야 하고 평가결과는 공시돼야 한다 ▲ 지배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 이사회는 경영승계에 관한 정책을 공시해야 한다 ▲ 이사회 내 위원회는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단,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는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이다.

전경련은 "이들 규정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으로 확정되면 법을 잘 지키는 상장회사도 지배구조가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현행법에 맞게 개정안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보다 강한 규정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표현된 것은 중립적으로 바꿔 상장회사가 경영 환경과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지배구조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경련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개정 절차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상대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각계에서 건의한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수렴 여부 등을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

이철행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모든 기업에 적합한 단일 지배구조는 없다는 전제 아래 기업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영국이나 일본의 '지배구조코드'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