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 기관이 내놓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 순위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 그 이유를 두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평가대상인 61개국 가운데 29위에 그쳤다.

작년보다 4계단 하락했다.

한국은 2011년 IMD 국가경쟁력 지수 22위에 올랐지만 이후 더 위로 가지 못하고 2014년(26위), 2015년(25위)에 이어 하락 추세다.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기는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는 더 심각하다.

작년 9월 발표를 보면 한국이 87위에 그쳐 아프리카 우간다(81)보다 뒤처졌다.

반면 한국은 세계은행(WB)의 지난해 기업환경평가에서는 세계 4위에 올라서며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이 평가에서 한국은 2007년 29위를 기록한 이래 매해 순위가 수직상승 중이다.

국가경쟁력 관련 지표를 조사·발표하는 이들 세 기관의 결과가 들쑥날쑥한 이유는 평가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분석이다.

WEF와 IMD는 정부·교육·노동·금융 등 국가경쟁력을 전체적으로 종합 평가한다.

반면에 WB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는 주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설문조사 비중이 큰 평가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통계조사가 위주인 평가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국의 금융성숙도를 낙제 수준으로 떨어뜨린 WEF는 설문조사 비중이 70%나 되고 물가상승률·저축률 등 각종 통계가 반영되는 것은 30%에 불과하다.

설문조사 대상은 대기업 50명, 중소기업 50명 등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으로, 이들의 답변 결과에 따라 순위가 사실상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다시 말해 설문 참여자들의 눈높이가 높으면 절대적인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해당 국가의 순위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통계(54%)와 설문(46%) 비율이 절반씩 뒤섞인 IMD 국가경쟁력 지수에서는 한국이 비교적 높은 29위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을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한 WB 기업환경평가는 통계와 법령분석 등 객관적인 수치를 100%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기재부는 "IMD 지수는 WB 평가에 비해 분야가 포괄적이지만 방식에 있어서는 설문조사 비중이 높아 설문 당시 사회·경제여건과 분위기에 조사결과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