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행정소송 등 검토"

롯데홈쇼핑 황금시간대 방송정지로 큰 손해를 입게 된 중소 협력업체들이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롯데홈쇼핑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7층 대강당에서 협력사와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최근 미래부의 영업정지 조치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와 135개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한 협력업체 대표들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난상 토론을 통해 영업정지 조치로 손해를 입는 협력업체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 대표들은 격앙된 반응보다는 각자의 상황과 입장을 말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점검하기도 했다.

패션업체 씨티 지의 최태진 대표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매우 막막한 심정밖에 없다"며 "벌을 받는 건 롯데홈쇼핑인데 최종 피해자는 우리 같은 중소 협력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이나 면세점이 문을 닫으면서 다른 협력업체 대표이사들이 인터뷰하는 걸 가슴 아프게 봤는데 나 역시 지금 안전장치 없이 추락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미래부가 업무정지로 인한 중소 협력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며 다른 홈쇼핑사와 맺은 '판로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대해 협력업체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대표는 "다른 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의 상품 콘셉트가 다를뿐더러 한 달에 4시간 방송하던 영업 방식이 1시간으로 줄게 되면 매출이 반 토막 날 수밖에 없다"며 "제 경우도 외주 공장이 25~30개로 이들과의 상생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은 영업정지 6개월을 받게 되면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며 "미래부가 중소기업의 아픔을 안다면 방송 중단 대신 과징금 등 다른 방법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는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장에서 일부 대표들은 국회 앞에 모여 시위를 하거나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단체행동을 하자는 의견을 냈으며, 다른 업체 대표들은 당장 소송에 들어가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7일 미래부의 황금시간대 영업정지 결정으로 롯데홈쇼핑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6천222억원 줄어든 6천616억원, 영업적자는 6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매출의 절반이 황금시간대에 발생한다.

특히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협력체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65%에 달한다.

롯데홈쇼핑의 협력업체 850여개 가운데 560개가 중소기업으로, 이 중 173개는 롯데홈쇼핑에만 입점한 중소 협력업체다.

이번 롯데홈쇼핑과 협력업체 긴급대책회의는 6월 1일까지 매일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