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역경을 이긴 흙수저가 금수저를 이긴다"
국내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한국콜마에는 지난달 말 기준 2만4819건의 독후감이 쌓여 있다. 한국콜마는 신입사원부터 윤동한 회장까지 1년에 6권 이상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는 ‘콜마북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독후감을 내지 않으면 인사고과에서 감점을 받는다.

이 제도는 ‘오래가는 것이 가장 빨리 가는 것’이라는 윤 회장의 ‘우보천리(牛步千里)’ 경영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윤 회장은 “사람이든 기업이든 오래가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며 “인문학 독서는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사골국처럼 평생 갖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출판자회사 FKI미디어는 윤 회장의 경영 에세이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 - 한국콜마는 왜 인문학을 공부하는가》(사진)를 30일 출간했다. 이 책은 윤 회장의 창업 스토리를 담은 ‘왜 꿈꾸는가’, 인문학을 경영에 적용한 사례를 모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 인문학 공부의 즐거움과 삶에 대한 태도를 다룬 ‘무엇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가’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장에서 윤 회장은 ‘결국 흙수저가 이긴다’고 강조한다. 그는 집안 형편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에 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 졸업 후 농협에 입사해선 명문대 출신들에게 치여 승진에서 밀리다가 결국 창업을 결심했다. ‘실력으로만 평가받으려면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각오였다.

윤 회장은 “내게 주어진 안 좋은 상황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라며 “역경을 이기고 나면 흙수저가 금수저보다 단단해진다”고 설명했다.

둘째 장에서 윤 회장은 ‘장점을 보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명심보감의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하늘은 녹없는 이를 내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그는 ‘사람은 누구나 녹(월급)을 받을 만큼의 장점은 있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리더는 부하의 장점을 의지를 갖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회장은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인문학을 제시했다. 그는 “장점은 업무 능력에 관련된 것이 많지만 단점은 인성 문제가 많다”며 “직원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다스리도록 하기 위해 독후감을 쓰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한 사례로는 다산 정약용의 ‘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한다)’에 기반한 ‘30 대 6의 법칙’을 꼽았다. 전체 직원 중 30%는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채우고, 매년 영업이익의 6%를 R&D 비용으로 쓴다는 원칙이다.

윤 회장은 “매년 200억원 가까이 R&D에 투자한 결과 제품 처방 2만개, 특허 80건, 기능성 승인 1700여건 등의 성과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장에서 윤 회장은 세종대왕과 정약용 등 위인들의 사례를 통해 인문학 공부가 인생에 가져다주는 혜택들을 강조한다. 그는 “인문학은 거창한 학문으로 모셔둘 것이 아니라 물처럼 생활 곳곳에서 활용해야 가치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