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실, 회의실로 개방해달라" 건의 수용…자구계획 관련 직언도 올라와
'방산 분사 재고' 요청에 정성립 사장 "우량분야 분사로 더 큰 힘 얻어" 답글

"신입 여러분,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바꾸세요.

그러나 정상화에 기여하겠다면 내일부터 모니터만 보지 마시고 다시 마음잡길 바랍니다.

"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개발해 운영에 들어간 사내소통 애플리케이션(앱) '글라스도어(Glassdoor)'에 게재된 한 직원의 글이다.

29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투명한 유리문을 뜻하는 글라스도어는 일부 기업의 직원들 사이에 퍼져 있는 '블라인드(Blind) 앱'의 반대 의미를 담고 있다.

미확인 루머 등의 양산을 차단하고 경영진부터 신입 직원까지 모든 임직원이 필터링 없이 직접적인 소통을 함으로써 경영정상화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뛰자는 취지에서 이같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난 16일 처음 오픈한 글라스도어 앱에는 대우조선 전체 임직원 1만2천명 중 2천300여명이 이미 가입하는 등 회원 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누적 방문자 수는 10여일만에 1만5천명을 넘어섰다.

이 모바일 공간에서는 정성립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간에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이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임직원 간 의견 교환도 이뤄진다.

일부는 곧바로 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직원은 "갑자기 회의할 일이 생기면 회의실 잡기가 어려운데, 임원들의 경우 회의 또는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으니 임원실을 회의실로 개방해 줬으면 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회사는 "임원들과 협의를 거쳐 임원실을 회의실로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후속조치는 조속히 취하겠다"고 기술본부장 명의의 답글로 화답했다.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방향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도 가감 없이 올라온다.

"경영진분들께 요청 드립니다.

다른 회사들과 같이 비경쟁력 사업분야의 분사가 아닌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방산분야를 분사시킨다니요.

회사 이름으로 쌓아온 노력도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방산분야 자구안에 대해 재고 부탁 드립니다.

"
이 글에는 정성립 사장이 직접 답을 했다.

"부실한 분야의 정리가 아니라 핵심 우량분야를 분사화함으로써 회사 차원에서는 현재의 위기 극복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특수선 차원에서는 좀 더 독립성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입니다.

"
정 사장은 이어 "'가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집안이 어려울 때 생활력 있는 자녀를 분가시켜 기울어진 가세를 함께 하루빨리 바로잡자는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길이 가장 우리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인지 의견들을 내주시면 주의 깊게 경청하고 여러분들의 의견과 지혜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글라스도어 앱 운영은 대우조선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직원 인터뷰에서 가장 큰 불만이 '경영진과의 원활하지 않은 소통'으로 나타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대우조선은 지난 1월부터 콘텐츠 기획과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이 앱을 오픈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임직원 간 소통을 통한 단합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모든 임직원이 똘똘 뭉쳐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