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준은 작년 연평균 대비 40%↓…금융위기 이후 최저
국제유가 상승 따른 지연효과 등 만회 요인도 있어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로 통용되는 '정제 마진'이 크게 하락하면서 호황을 이어가던 정유업계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수익성 지표로 삼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배럴당 평균 4달러 중반대로 내려갔다.

지난달 마지막 주까지만 해도 배럴당 평균 5.5달러였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4.5달러, 둘째 주 4.3달러로 떨어지다가 셋째 주에는 4.8달러로 소폭 반등했다.

지난해 연간 평균 복합정제마진이 7.7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달에는 40%가량이 빠진 셈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제 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각종 수송비·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쉽게 말하면 원유를 사다 정제를 해서 남기는 이익이다.

정유업계는 정제 마진 4∼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 등 경상비를 감안할 때 정제 마진이 이 수준을 넘어야 영업이익이 발생한다.

복합정제마진의 하락은 중국의 소규모 민간 정유사들이 정제시설 가동률을 높이며 수출을 늘리고 있는 데다 중동 산유국들도 석유제품 수출에 나서는 등 공급 확대가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반면 최근 국제유가 상승 흐름은 정유업계에 호재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등지에서 원유를 들여오는데 수입 계약부터 원유를 들여와 정제할 때까지 통상 1개월가량이 걸린다.

이 기간에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누리는데 이를 '지연효과'(lagging effect)라 한다.

여기에 나들이나 휴가가 본격화하면서 연료 수요가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정유업계엔 긍정적이다.

정유업계는 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큰 폭의 영업적자를 봤으나 이듬해 2분기부터 수익이 개선되면서 줄곧 호황을 이어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유가 상승 효과와 휴가철을 앞둔 점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며 "2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