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한 '6개월간 황금시간대(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 처분을 확정하면서 중소기업 협력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당시 납품 비리로 형사 처벌을 받은 임직원을 누락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사진=한국경제 DB
사진=한국경제 DB
미래부는 협력업체들의 대체판로 확보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실효성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부는 이날 롯데홈쇼핑에 대해 9월28일부터 6개월간 황금시간대인 매일 오전·오후 8∼11시 6시간씩 영업을 정지하는 처분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롯데홈쇼핑은 다음주 협력업체와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의견을 취합,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소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미래부가 황금시간대 6개월 영업정지라는 가혹한 이중처벌을 가한 점은 유감"이라며 "과도한 조치를 바로잡고 협력사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롯데홈쇼핑 TV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은 560개 업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73개 중기는 경우 롯데홈쇼핑에만 입점해 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황금시간대 방송 기업의 65%가 중기다. 중기 협력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롯데홈쇼핑은 6개월간 황금시간대 방송 송출이 중지되면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6616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영업적자도 685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미래부는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 기간 납품업체 보호를 위해 해당 중소기업 제품을 롯데홈쇼핑 업무정지 이외 시간대와 데이터홈쇼핑(롯데원TV) 채널에 우선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이들 납품업체가 다른 홈쇼핑을 대체판로로 확보할 수 있도록 입점을 주선키로 했다. 편의점, 대형마트 사업자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협력사들과 일부 홈쇼핑 사업자들은 미래부 방안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롯데홈쇼핑의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더라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데다 황금시간대 방송이 아니면 소비자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시간대를 옮긴다 해도 해당 시간대 협력업체들이 밀려나는 풍선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CJ·GS·현대 등 다른 홈쇼핑 기업들과 거래하지 않고 있는 단독 공급처의 경우 기존 업체들과 홈쇼핑과의 관계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피혁과 가죽 의류를 판매하는 '시티지'의 최태진 대표는 "전체 매출의 80%가 롯데홈쇼핑에서 나온다. 기업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토로했다.

최 대표는 "올 겨울 판매분과 관련해 현재 150억원 상당의 재고와 제품 생산을 진행 중"이라며 "시티지가 또 다시 20여 곳의 협력사와 연계돼 있어 최소 300명의 생계가 걸려있다"고 하소연했다.

A홈쇼핑 관계자는 "미래부의 요청이 온다면 지원을 검토하겠지만 이미 기존 협력업체 발주에 들어간 곳이 많아 새로 들어올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의 경우 다른 홈쇼핑 채널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B홈쇼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거래 협력사라면 어느정도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다른 홈쇼핑에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계에선 적절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5000만원이 상한인 과징금이 실효성이 없어 이번과 같은 영업정지 처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부는 상품판매형 방송채널사용사업(홈쇼핑)의 경우 매출에 연동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미래부의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유통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중소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생각하지 못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 역시 "불법을 저지른 롯데홈쇼핑이 실질적으로 처벌을 받게 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내릴 수 있는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