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회사, 일각의 타결설에는 "합의 이른 상황 아냐"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들과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사실상의 데드라인인 연말을 앞두고 막바지 진전을 보이고 있다.

26일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용선료 협상은 진행 중에 있으며, 협상 상황이 진전되고는 있으나 아직 용선료 조정률 등에 관해 합의에 이른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지난 18일 해외 주요 컨테이너선주 4곳과 대면·화상회의를 통해 용선료 인하를 위한 단체협상을 벌였으나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현대상선은 19일에 진행할 예정이던 나머지 선주들과의 컨퍼런스콜을 취소하는 등 단체협상을 추가로 진행하지 않고, 개별 용선주를 상대로 한 '일대일 협상'으로 전환했다.

사실상 용선료 협상의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지던 단체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고, 1차 데드라인이던 이달 중순을 넘어가면서 협상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섰던 앞선 단체협상 때보다는 상황이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도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일각에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설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지난 단체협상에 불참하는 등 주요 컨테이너선사 중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영국 선사 조디악과 합의에 이르렀다는 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산은과 현대상선은 설명했다.

조디악은 현대상선에 6천300TEU급 컨테이너선과 8천500TEU급 컨테이너션을 각각 2척 용선해주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선을 다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로써는 성공과 실패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협상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더라도 최종 타결까지는 여전히 암초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상선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선주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용선료를 인하하는 데 동의하겠다는 약속을 각각 받아내야 한다.

이렇게 약속을 받아낸 이후 결정된 전체 인하폭에 대해 채권단으로부터 충분한 수준이라는 승인을 받아야 타결이 최종 확정될 수 있다.

애초 정부와 채권단이 목표로 삼았던 총 인하폭은 28.4%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으며, 현대상선이 협상 결과를 들고 가면 채권단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한 곳이 인하를 해주지 않더라도 비중이 큰 곳이 충분히 인하했다면 인정을 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사실상 이달 30일까지 이러한 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달 31일과 내달 1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적어도 그전에는 용선료 인하와 관련해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달 말까지 의미 있는 협상 성과가 도출되지 못하면 당국과 산업은행은 불가피하게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과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영업이 어려워져 결국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초롱 윤보람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