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롯데홈쇼핑이 했는데, 피해는 중소기업이…"
“작년에 매출의 83%를 롯데홈쇼핑에서 올렸어요. 방송을 못하면 솔직히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강원 지역 100여개 농가가 모여 구성한 한 영농조합법인에서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A팀장은 26일 오후 기자와 통화하는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청국장과 된장은 롯데홈쇼핑이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40분에 방송하는 ‘최유라쇼’에서 주로 판매된다. 지난해 매출 48억원 중 40억원이 최유라쇼에서 나왔다.

A팀장은 “100여명의 농민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질 않는다”며 “롯데홈쇼핑이 잘못을 했다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왜 아무 잘못이 없는 협력업체들에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가는 방식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의 범죄 사실을 누락한 혐의로 6개월간 프라임 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홈쇼핑의 170여개 협력업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이들은 연매출 대부분을 롯데홈쇼핑 판매 방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송출이 중단될 시간대의 연매출은 지난해 5500억원이었고, 이 중 65%는 중소업체 제품의 판매 방송이었다.

중소업체 사이에선 처벌 내용을 바꿔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영업을 아예 막기보다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도록 하면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과징금만으로는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견해다. 미래부가 현행 방송법상 롯데홈쇼핑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은 780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당 시간에 업체에서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방송을 계속하게 하거나, 프라임 타임에 빠지게 된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 방송을 다른 시간대의 대기업 제품 판매 방송 때 배치토록 하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대한 최종 징계 결과는 이르면 27일 오후께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