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안건 부의 논의…신속하게 결정될 듯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받고도 경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체제로 전환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이날 오전 여의도 산은에서 실무자 회의를 열고 향후 구조조정의 진행 방향을 논의했다.

채권단은 이 자리에서 재실사 결과 초안을 바탕으로 회사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자율협약을 종료하는 방안을 협의회 안건으로 올릴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실무자 회의인 만큼 곧바로 자율협약 종료 안건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자율협약 체제로는 회생이 어렵다는 점에 의견이 모이고 있는 만큼 금명간 정식 안건으로 올라가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율협약 종료는 신규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고 채권금융기관의 수도 적기 때문에, 채권단의 의사 결정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종료 결정에는 채권 비율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채권 비율이 80%에 이르기 때문에 양 기관의 의견만 일치된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STX조선은 업황이 장기 부진에 빠지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선 여파로 재무여건이 악화돼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38개월 동안 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STX조선은 2013년 1조5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3천억원 넘는 손실을 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채권단은 지난해 말 추가로 4천억원을 지원하고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지난달 정부가 조선·해운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나서자, 채권단은 STX조선의 재무와 경영상태에 대한 재실사를 진행하며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최근 재실사 결과 초안을 받아든 채권단은 앞으로도 STX조선의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 전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써는 법정관리에 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 4위까지 올랐던 조선사인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한창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계와 금융권 등에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의 거듭된 지원에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던 STX조선이 지원조차 받지 못하게 되면 청산의 길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책·특수은행 위주인 채권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손실도 가시화된다.

STX조선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노출액은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해 5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 둔 은행들은 앞으로도 2조8천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판이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갈길 바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조원 넘는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을 들으면서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고도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실패한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STX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탈퇴하기도 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때부터 내부적으로는 더 강도 높은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역 경제와 고용 등을 우려한 정치권의 압력이 이어지면서 지원이 계속됐다"며 "지금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이 꼬이게 된 출발도 사실상 STX조선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다른 중소조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법정관리를 포함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