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조업PMI 3년5개월만에 최저…유로존 종합PMI도 '비틀'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선진국의 제조업 경기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그간 양호한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성장세를 밟아온 미국 제조업은 이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심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을 냈고, 일본의 제조업 경기도 2012년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제금융업계와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체의 생산량 역시 2009년 9월 이래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을 하회했다.

미국 제조업 관계자들은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고객사가 지출 결정을 미루고, 이것이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제조업 PMI 지수는 미국 경제가 연초 부진한 출발에서 벗어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던져준다"며 "생산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의 주요 선진국인 일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5월 일본 제조업 PMI는 47.6으로 기준선인 50을 한참 밑돌았다.

이는 2012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3월 49.1, 4월 48.2에 이어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일본 제조업 경기가 주춤한 것은 지난달 구마모토 지진에 따른 자동차 부품 공장 생산 중단과 지지부진한 해외 경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장의 신규 주문이 빠른 속도로 감소한 데다가 공장 생산량도 1년여 만에 최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엔화 가치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해외 매출이 석 달 연속 하락했다.

5월 유로존(유럽 내 유로화 사용 19개국) 제조업 PMI는 51.5로 석 달 만에 가장 낮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모두 합한 종합 PMI는 52.9를 기록해 16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국가별로는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54.7, 51.1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부진으로 전체 PMI가 타격을 받았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실망스러운 PMI는 지난 1분기의 경제 성장세가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PMI는 매달 기업 구매담당 임원에게 설문조사를 해 집계하는 경기 지표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