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용선료(배 빌리는 비용)를 연체해 해외에서 선박이 억류됐다. 올초 현대상선의 벌크선 1~2척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억류됐다 풀린 적이 있지만 한진해운의 선박이 억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8만2158DWT급 벌크선인 ‘한진패라딥(HANJIN PARADIP)’호가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억류됐다.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한 달가량 지급하지 못하자 이 배 선주가 법원에 요청해 배를 억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를 한 달 정도 연체한다고 해서 선주가 배를 억류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해당 선주가 한진해운의 유동성이 심각하다고 생각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 벌크선이 실은 원자재를 납기일 내에 화주에게 운반하지 못하면 일부 손해배상 책임도 지게 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1주일 내로 밀린 용선료를 갚아 억류는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최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벌크선을 440억원에 매각하고 일본 도쿄사옥 매각(60억원), 에이치라인 지분 5% 매각(340억원), 영국 런던 사옥 매각(320억원) 등을 마무리했다. 이 매각대금 일부가 1주일 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에선 한진해운의 선박 억류가 컨테이너선으로 확대될 경우 해외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서도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해운동맹 가입 조건에는 재무건전성이 포함돼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배가 억류되는 사례가 자주 나오면 디얼라이언스가 글로벌 화주들과 영업하는 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한진해운 탈퇴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최근 캐나다 선주사인 시스팬에 3개월치 용선료 1160만달러(약 138억원)를 연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