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타워 그랑서울 등 서울 종로구 청진동 일대 초대형 빌딩을 광화문역(지하철 5호선) 및 종각역(1호선)과 지하보행로로 연결하는 1단계 사업이 끝났다. 이들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지하보행로 이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광화문사거리 인근 빌딩 지하상권이 삼성동 코엑스처럼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번 지하통로 개통으로 광화문과 종각 일대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근처 업무용 빌딩 사무실 공실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 땅속에 '강북판 코엑스몰' 생긴다
○광화문역~종로구청 지하로 이동

서울 종로구는 광화문역과 종각역을 청진동 일대 대형 빌딩 지하층과 연결하는 ‘청진구역 지하보행로 조성 사업’을 마무리하고 25일 지하보행로를 개방했다. 광화문역에서 종로구청까지 240m 구간을 지하로 이동할 수 있다. 공사가 먼저 마무리된 종각역~그랑서울~타워8 구간(350m)은 지난해 10월 개통돼 보행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업비 586억원은 근처 다섯 곳 빌딩의 소유주들이 전액 부담했다.

이 사업은 광화문·종각 일대 도심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며 본격 논의됐다. 종로구청 인근 청진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에선 최근 2~3년 사이에 대형 업무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3년 말 청진12~16지구에 연면적 기준으로 여의도 63빌딩보다 큰 그랑서울(지상 24층·17만5000㎡)이, 2014년엔 청진2·3지구에 D타워(24층)가 세워졌다. 지난해엔 청진1지구에 KT 신사옥(25층)이 입주를 마쳤다.

종로구는 도심 상업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로 단절된 건물들의 지하 공간을 연결한다는 목표로 2011년 빌딩 사업시행자들이 참여하는 ‘지하공간개발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 2013년 종각역과 그랑서울을 연결하는 공사가 첫 삽을 떴다. 이번 공사가 끝나 광화문역에서 KT 신사옥~D타워~종로구청·청진공원 구간의 지하보행로가 완성됐다. 청진공원 입구엔 옛 한옥건축물을 복원해 종로구 홍보관도 지었다.

광화문역과 종각역을 직접 연결하는 사업은 청진지구 내 다른 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시작하면 재추진할 계획이다. 르미에르빌딩 지하층과 D타워, 타워8 지하층을 연결하면 광화문역에서 종각역으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아직 사업이 시작되지 않은 청진4·9·10지구 등이 재개발되면 그곳에 들어서는 건물 지하층을 서로 연결해 광화문역에서 종각역까지 지하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강북판 지하 코엑스몰’ 형성

새 업무용 빌딩들의 지하층이 연결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이 일대 지하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그랑서울과 D타워, 타워8, KT 신사옥 지하층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포함해 수십여 곳의 식당과 상가 등이 영업 중이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종각역과 연결된 그랑서울 지하층에 입점한 상가는 지하보행로 조성 전보다 매출이 평균 10~20%가량 늘어났다.

해당 건물들에 대한 임차 수요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리맥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그랑서울의 3.3㎡당 월 임대료는 14만2100원으로 서울 대형 빌딩 가운데 가장 비싸다. D타워도 12만7000원의 임대료로 4위를 기록했다. 이번 지하통로 개통으로 이 일대 빌딩들을 찾는 임차 수요는 더 많아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르미에르빌딩에 입점한 광화문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신축 빌딩들엔 아직 공실이 조금씩 남아 있다”며 “지하철역에서 건물 내 사무실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빌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